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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남 함안 법수면 강주마을

2016-07-22

고흐도 반할 해바라기 마을…언덕 가득 ‘태양의 꽃’ 400만 송이

20160722
강주마을의 해바라기 밭. 언덕에 오르면 400만 송이 해바라기가 일제히 해를 바라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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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마을은 법수산의 북쪽 자락에 위치한다. 해바라기 밭의 길 끝에서 돌아나오면 꽃들은 산 너머 남쪽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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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마을 벽화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활짝 핀 해바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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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통과해 해바라기 밭으로 가는 길.

인근 産團 생기며 점점 나빠지던 환경
4년前 주민 쌈짓돈 털어 16만포기 심어
이듬해부터 외부 지원 없이 축제 개최
작년 22만명 방문…올해 내달 7일까지
담벼락마다 활짝 핀 해바라기 벽화 눈길


싹, 싹. 싸리비 소리에 하얀 먼지가 인다. 안개를 뚫고 홀연 나타난 전사들처럼, 먼지를 뚫고 사람들이 다가온다. 나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 키 큰 사람, 작은 사람, 제각각인 사람들이 묵묵히 빗질을 한다. 싹싹. 강주마을이라 새겨진 자그마한 표지석 앞에서 그들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곧 길가엔 작은 흙산이 쌓이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제야 마을로 들어선다. 얼굴 말간 길. 그 가장자리에, 저 마을 안쪽까지, 흙산이 점점이 쌓여 있다.

◆400만 송이 해바라기 언덕

마을 안 담벼락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다. 돌고래와, 별을 따는 사람과, 나무와, 아이들과, 해바라기를 만난다. 대문 기둥에 내걸린 문패에도 해바라기가 그려져 있다. 작은 연못이 있고,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자전거들이 고운 색을 입고 정물로 서 있다. 전주는 인형들을 안고 있다. 곳곳에 천막이 서 있고, 새로 지은 듯한 원두막에는 한 사람이 누워 있다. 지붕에 볏짚을 올리다 잠시 쉬는 모양이다. 뜨거운 정오 무렵이었다.

골목을 기웃거린다.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할머니가 “저쪽”이라고 말씀하신다. 저쪽 골목을 지나자 곧 언덕길이다. 집들의 지붕 위로 노란빛이 퍼져 있다. 오를수록 노란빛은 더욱 커지고, 이윽고 눈부신 것들과 마주한다. 해바라기 밭이다. 400만 송이라 한다. 셀 수 없다.

언덕을 오른 사람은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와 마주하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마치 자신이 태양인 양 설렌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물의 요정 클뤼티에는 태양 신 아폴론을 사랑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온종일 바라보는 것뿐. 그러나 아폴론은 그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클뤼티에의 손과 발은 대지에 뿌리내렸고, 얼굴은 꽃이 되었다. 해바라기다. 우리는 너의 사랑을 받아주겠어. 이 시대의 사랑은 적어도 신화의 시대보다 넉넉하다.

◆마을을 살리는 꽃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江州)마을. 75가구 140여 명이 모여 살며 대부분이 농사일을 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조용한 시골이던 강주리 일대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마을을 둘러싼 환경은 나날이 나빠졌다고 한다. 쇳덩어리를 실은 트럭들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분진과 소음이 조용한 마을을 덮으며, 문 닫은 공장에서 몰래 버리고 간 폐기물들도 주변에 넘쳐났다. 그리고 점점, 빈 집과 쉬는 밭도 늘어갔다고 한다.

마을회의가 열렸다. 해바라기를 심어보자. 해바라기는 토양을 정화시키는 능력자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강건하고 토질을 가리지 않으며 해바라기씨를 이용한 부가수입을 기대해 볼 수도 있었다. 2012년 4월, 주민들은 쌈짓돈을 털어 직접 16만여 포기의 해바라기를 심었다. 해바라기는 쑥쑥 자라 금세 꽃을 피웠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같은 꽃이었을 게다.

이듬해엔 축제를 열었다. 자축의 의미가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군청 등 외부의 지원은 전혀 받지 않고 모든 것을 주민들이 직접 해결했다. 축제에는 1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2014년 제2회 축제 때는 7만여명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제3회 때에는 22만명이 강주마을을 찾았다.

해가 지날수록 해바라기 밭은 인접한 마을들로 식재 면적이 넓어졌다. 자원 봉사단들의 발길도 이어져 환경 정비, 시설물 점검, 의료, 미용, 벽화그리기, 비닐하우스 철거 등 부족한 농촌 일손을 도왔다. 축제는 주민들로 구성된 축제위원회가 마을기금으로 직접 운영했다.

해바라기씨를 이용해 기름과 강정을 만드는 가공 사업도 펼쳤다. 117개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부가 수입도 올리고 있다. 말린 해바라기씨앗에 건포도와 아몬드를 섞어 만든 에너지 바는 영양 만점인 인기 품목이다. 수익금은 마을경관 개선과 마을발전 사업에 필요한 기금으로 쓰이고 있다.

◆강주마을은 축제 중

지금 강주마을은 네 번째 축제 중이다. 해바라기 밭은 더 넓어졌고 축제의 규모도 커졌다.

주민들의 재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올해부터 축제는 유료다. 불만을 최소화하고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마을화폐 방식을 선택했다. 마을화폐는 주로 마을공동체나 지역 농민들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 도입되는데, 경남에서는 강주마을이 처음이다.

축제 기간 방문객들은 1인당 3천원 정도의 마을화폐를 구입해야 한다. 미취학 아동과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발매하지 않는다. 일종의 입장권이지만, 현장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고 농산물과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마을화폐가 주로 특산물 판매장에서 사용 가능할 뿐, 공산품점과 먹거리 장터 등에서의 사용이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축제장에는 30여 개 업체가 입점했다. 축제를 운영하는 주민과 입점한 상인들이 한마음이기는 힘든 모양이다.

찾아간 날은 축제 바로 전날이었다. 다시 마을로 내려왔을 때, 길가에 쌓여 있던 흙산은 사라져 있었다. 맨 처음 축제를 계획하고 마을 사람들이 한 것이 대청소였다고 한다. 청소는 곧 마음가짐이다. 강주마을의 해바라기 축제는 전통이 있거나 역사가 오래된 것도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축제도 아니다. 해바라기가 지닌 정열과 희망, 그리고 기다림의 상징과 꼭 같은 것이 강주마을 사람들의 마음이고 축제다. 올해 축제는 8월7일까지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남해고속도로 장지IC로 나가 법수면사무소쪽으로 간다. 1029번 지방도를 따라 약 3.2㎞ 가면 강주마을이다. 마을 앞 버스정류장 뒤편으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축제가 열리는 한 달 동안 함안터미널과 강주마을을 잇는 농어촌 버스가 하루 12차례 운행된다. 매주 토·일요일에는 강주일반산업단지 내 임시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 10분 간격으로 출발, 왕복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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