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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포항 등 ‘묻지마 세트장’ 쪽박…영덕, 한푼 안들이고도 홍보 대박

2016-09-19
20160919
경북도와 포항시가 각각 7억5천만원씩 총 15억원을 들여 건립한 드라마 ‘불꽃속으로’의 포항세트장(청와대·위쪽)이 구조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아 지난 7일 3년여 만에 철거되고 있다. 지역개발 전문가들은 무턱댄 대형 세트장 건립 지원사업은 지역 홍보효과는커녕 예산만 낭비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지자체 영화·드라마 세트장 명암

지자체가 지역 홍보를 위해 지원하는 드라마·영화 세트장 건립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학천리의 드라마 ‘불꽃속으로’의 청와대 세트장은 거액의 혈세를 들이고도 아무런 소득 없이 이달 중 완전 철거된다. 이 때문에 전시 행정·예산낭비 행정이라는 비난 여론도 일고 있다. 반면 문경의 경우 드라마 세트장이 관광자원화됨으로써 매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MBC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인 영덕은 세트장 하나 없이도 강구항과 대게를 전국에 알리는 효과를 봤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세트장의 성공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든 만큼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포항 ‘불꽃속으로’ 세트장
시청률 부진…홍보효과 미미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철거
상주 중동·경천대 세트장
규모 작고 교통불편 외면받아
인건·보수비 지출 애물단지로

문경새재·가은 오픈세트장
국내최대 규모의 사극 촬영장
꾸준한 입장·임대료 수입올려
영덕, 세트장 없는 촬영명소
대게·삼사해상공원 등 유명세
지역경제 활성화 성공모델로

◆포항-시청률 부진에 부실시공 의혹

드라마 ‘불꽃속으로’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휴먼경제드라마다. 철강산업으로 대한민국 근대화의 초석을 놓고 영일만 신화를 창조한 박 명예회장의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재조명한다는 명분으로 제작됐다. 2014년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방영된 이 드라마는 최수종·독고영재 등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저조해 수십억원을 들인 경북도와 포항시의 기대를 크게 저버렸다.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초 ‘강철왕’이라는 타이틀로 KBS 공중파를 타려 했지만 정치적 논란이 일면서 표류한 것. 방송 계획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 제작사와 협약을 맺은 포항시는 세트장을 착공도 하기 전에 돈부터 지급했다. 당시 경북도와 포항시는 7억5천만원씩 총 15억원을 보조해 2013년 5월 세트장을 준공했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 종영 후 생겼다. 이듬해 실시된 구조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 E등급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사용을 제한하거나 철거해야 하는 등급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임시건물인 세트장 용도로 지어졌다. 설계와 시공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교육장이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던 계획도 완전 무산됐다. 결국 드라마 시청률이 저조해지면서 포항시는 기대했던 지역 홍보효과를 거의 얻지 못하며 수십억원만 허비했다. 포항 문화계 인사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지역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자체가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주-15년 만에 제 구실하게 되려나

상주시는 2001년 중동면 회상리와 사벌면 삼덕리 경천대 내에 각각 세트장을 설치했다. 당시 MBC TV 드라마 ‘상도’의 촬영장으로 제공하기 위해 2억여원을 들여 세웠다. 중동 세트장은 1만여㎡의 부지에 초가건물 12동과 정자 1동, 디딜방아, 전시장 등을 갖췄다. 경천대 세트장은 400여㎡에 초가건물 6동, 정자 1동, 물레방아, 대장간 등이 설치돼 있다. 사업비는 당초 2억여원이었으나 건물 이설과 도로개설 등 부대 사업으로 10억원 이상이 추가로 투입됐다. 이들 세트장은 상도 이후 ‘주몽’ ‘최강칠우’ ‘선덕여왕’ 등의 촬영장으로도 활용됐다.

세트장 건립 취지는 세트장을 TV에 노출시켜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 그러나 규모가 작고 교통이 불편해 지역민 일부가 방문하는 것에 그쳤다. 교통불편을 해소하고 편의시설을 설치한다며 시비를 계속 쏟아부었으나 관광객 유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실패는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다. 세트장이 상주시의 실정에 맞는지, 관광객 유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을 따지기보다 이웃 문경 등 다른 시·군 따라하기식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찾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인건비와 시설보수비, 일반운영비 등이 계속 지출되는 애물단지가 됐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상주보가 생기고, 인근에 자전거박물관과 경천섬, 철새조망대 등이 생기면서 관광시설로 활용될 길이 열렸다. 특히 낙동강역사이야기촌이 바로 옆에 건립되면서 활용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주먹구구식 ‘남 따라하기’ 사업이 15년 만에 제 구실을 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경주-놀이동산 변신 후 절반의 성공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에 세워진 ‘선덕여왕’과 ‘대왕의 꿈’ 드라마 세트장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는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모 건설업체와 함께 민·관 합자 방식으로 투자했다. 두 지자체가 세트장 등 2개 드라마 제작지원에 쓴 돈은 모두 60억원으로 알려졌다.

면적 5천520㎡에 달하는 선덕여왕 세트장은 미실궁과 김유신 화랑산채, 원형 연무장 등이 세워졌다. 2009년 방영된 선덕여왕의 시청률은 40%에 육박하는 등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세트장의 인기도 급상승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2012년 드라마 ‘대왕의 꿈’ 세트장이 신라밀레니엄파크 내에 추가로 지어졌다. 2012년 2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3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성된 ‘대왕의 꿈’ 세트장은 사업비 30억원이 투입됐다. 신라시대 건축물인 남당과 정사당, 신전과 포석사 등 12동의 건물과 부속 시설물로 연못과 담장 등이 조성됐다.

드라마 종영 후 경주 신라 밀레니엄파크는 놀이동산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정작 세금을 낸 주민들이 보는 이득은 거의 없다. 세트장의 소유권이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신라밀레니엄파크로 이전됐기 때문이다.

◆문경-세트장 관광·임대 수입 짭짤

2000년 32억원을 투입해 문경새재에 건립된 고려시대 배경의 오픈세트장은 가장 성공적인 촬영장으로 꼽히고 있다. 왕궁 2동, 기와집 42동, 초가 40동, 기타 13동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사극 촬영장인 데다 조령산·주흘산의 경관과 옛길이 잘 보존돼 사극 촬영지로 적합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은 조선시대 모습으로 바뀌었다. 2008년 75억원을 들여 광화문, 경복궁, 동궁, 서운관, 궐내각사, 양반집 등 103동을 건립했다. 기존 초가집 22동과 기와집 5동을 합해 130동의 세트 건물들이 있다.

문경관광진흥공단이 위탁받아 유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관광객 30여만명이 찾아 입장료 수입만 4억4천여만원을 올렸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임대료도 1억4천여만원이나 되는 등 전체적으로 6억7천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도 현재까지 입장료와 촬영장 임대 등으로 4억7천여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문경시가 직영하는 석탄박물관 옆 가은 오픈세트장은 2006년 건립한 것으로 왕궁, 기와집 등 80여동의 사극세트가 있다. 작년 56회에 걸쳐 영화·사극을 촬영했으며 4천150만원의 임대료 수익을 올렸다. 올해는 58건 5천400여만원에 달했다. 문경시의 두 개 세트장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

◆영덕-세트장 하나 없이도 홍보 대박

1997년 방영된 인기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촬영 배경은 영덕 강구항이다. 배우 최불암은 ‘연기 인생에서 가장 정든 촬영지’로 이곳을 꼽았다. 당시 드라마가 최고의 인기를 끌면서 극중 배경인 강구항은 전국 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강구항의 명물인 대게가 방송을 타면서 미식가의 발길도 잇따랐다. 현재 강구 대게거리는 전국 명소가 됐다. 또한 해 질 무렵의 촬영지였던 영덕 삼사해상공원을 비롯한 다양한 촬영지가 명소로 거듭났다.

이후에도 강구항, 축산항, 해맞이공원, 풍력단지, 대진해수욕장 등 영덕을 무대로 다양한 TV드라마와 프로그램이 촬영됐다. 주목할 부분은 별다른 세트장 없이도 지역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영덕은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성공모델이 됐다. 특히 드라마·영화 촬영지가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떠오르는 파급 효과를 몰고 왔다. 이 드라마의 성공에 힘입어 전국 지자체들이 드라마, 영화 유치에 애쓰는 계기가 됐다.

지역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수십억원을 들여 영화, 드라마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세트장 건립은 재고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얻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경=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포항=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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