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60919.010160716450001

영남일보TV

[공교육 1번지 생생스토리] 사교육 없이 대구외고 내신 1등 박시연양

2016-09-19

“고교 진학 후 학원 끊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 늘렸다”

20160919
대구외고 박시연양이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2017학년도 대학교 입학을 위한 수시원서 작성이 한창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세워 진로를 모색하고, 진학을 결정하는 시기다. 고민이 가장 깊어지는 때다.

이러한 힘든 수험생활 동안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학생이 있다. 특수목적고를 다니면서 변호사를 꿈꾸는 대구외국어고 3학년 박시연양이다. 박양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해 3학년 1학기까지 내신 종합 1위를 했다.

다양한 영역 문제 접하며 적응력 높여
영어, 원문 읽고 주제 파악·어휘 보충
수학, 개념 확실히 정리…해설집 안봐


◆학원 의존증에서 벗어나기

박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학원에 다녔다. 심리적으로 불안했기 때문이다. 학원 의존증이 있어 남들이 다니는 학원을 혼자 다니지 않으면 무언가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주요 과목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중학교 때 좋은 성적도 학원에 다닌 덕분이라고 믿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학원을 끊었다. 비싼 학원비도 부담이 됐고, 그 비용만큼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박양은 1학년 1학기 시험에서 평균 2.6등급 성적을 받았다. 2학기 때는 2.8등급으로 떨어졌다. 당시 부모, 교사와 상담하면서 다시 학원을 가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학원을 끊은 후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늘었다. 박양은 그 시간을 활용해 공부계획을 수립하고, 읽고 싶었던 원서를 읽었다.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보면서 문제 적응력이 높아졌다.

성적은 올라갔다. 2학년 때는 평균 1.8등급으로, 3학년 1학기 때는 1.6등급으로 올랐다. 전교생이 138명밖에 되지 않는 특목고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많아져 내신등급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박양의 어머니인 장은희씨는 “고등학생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가장 잘 안다. 자기주도적으로 공부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성적 향상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원문 읽으며 영어공부 효과

외국어고에서 내신 관리가 가장 어려운 과목은 영어다. 외국을 다녀왔거나, 심지어 몇 년씩 살다 온 학생이 대부분이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다루는 지문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은 지문을 많이 다루기 때문이다.

영어공부의 핵심은 지문의 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박양은 모든 지문의 핵심 내용을 정리했다. 조금이라도 해석이 어렵거나 잘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별도로 정리했다.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지문은 교사를 따라 다니며 이해될 때까지 질문했고, 글의 원문을 검색해 전체 내용을 읽는다. 원문을 읽으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쉽게 파악되었고, 관련되는 어휘도 보충할 수 있었다. 원문을 따로 읽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사교육을 끊고 난 후 생긴 변화다.

수학은 학원 의존도가 높았던 과목이었지만 사교육을 끊은 후 가장 덕을 많이 봤다. 학원 다닐 때는 개념보다 문제 푸는 방식에만 집중해 공부를 했다. 그러다보니 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가 나왔을 때는 손도 대기 힘들었다.

박양은 수학의 개념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수업을 듣고 난 후에는 개념을 확실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또 문제 풀 때 해설을 보지 않았다. 학원에 의존하던 습관을 버리기 위한 것이었다.

◆수업시간 중 변호사로 진로 결정해

박양은 2학년 때 영어 수업 중 세계 빈부격차 실태와 그 해결 방안을 공부하면서 변호사를 꿈꾸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아프리카 난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보장받지 못하고,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모습에 박양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 주는 변호사로 진로를 결정했다.

박양은 “아무리 바빠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여자 인권 변호사의 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변호사에 대한 목표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꿈을 이루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고 전했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전원 선발

대구외고는 매년 신입생 모집정원(150명) 전원을 자기주도학습 전형으로 선발한다. 1단계는 중학교 2·3학년 영어 과목 내신 성적과 출결사항만을 반영해 정원의 1.5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는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인적성 강점을 포함한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면접을 실시한다. 서류 일체와 면접의 내용에는 모든 교내외 입상실적, 영재학급 및 영재교육원 교육 및 수료여부, 각종 어학인증시험 성적, 부모의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 암시 내용 등은 배제사항으로 되어 있다.

윤형배 대구외국어고 교장은 “학생들이 공부할 맛이 나도록 자신만의 꿈을 찾아준다면 공부는 더 이상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될 것이다. 사교육은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시연양의 사례를 보면 사교육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학생들의 학습의지를 찾아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