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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창업기업 통해 출산에 나서보자

2016-09-27
[취재수첩] 창업기업 통해 출산에 나서보자

권영진 대구시장은 당선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세 곳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실현이 어렵다는 판단에 재차 질문을 했지만, 당시 권 당선자는 “이 공약을 무모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높은 목표를 세우고 쉼없이 갈 때 대구가 높이 올라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2년가량이 지난 6월28일 가진 인터뷰에서는 “대구에서도 대기업 협력체제가 시작됐다. 대기업 계열사가 입주할 예정이고, IoT테스트베드 구축사업에는 SK텔레콤, 삼성전자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업종 대기업만 유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십 년간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고, 이런 업종은 원천기술이 없어 유치해도 지역내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 내용만 보면 대기업 유치가 힘들어지니 대기업 계열사 유치로 반쯤 성공했고, 대기업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슬쩍 발을 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대기업 유치 열망은 엄청나다. 오죽하면 ‘남북통일’을 이뤄내면 가장 위대한 대통령, 대기업을 유치하면 위대한 대구시장일 것이라는 말이 나올까. 하지만 권 시장의 말처럼 대기업 유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권 시장이 해낸다고 대구경제가 한 번에 살아나고 우리 살림이 확 나아질까.

한국은행이 최근 밝힌 자료를 보면, 대구경북지역 대기업이 지역 전체 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말 기준 96.1%로 전국 평균(91.6%)을 웃돌았지만 신규 고용 기여율은 대구 15.6%, 경북 9.9%로 전국 평균(17.9%)을 밑돌았다. 대기업 성장의 낙수효과가 지역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셈이다.

만약 대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는 만큼 창업기업에 관심을 보이면 어떻게 될까. 대구시는 ‘기업유치촉진 조례’를 통해 투자금액이 20억원 넘는 업체에 최대 절반인 10억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산업용지는 원가 이하로 분양하도록 했다. 하지만 창업,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별도의 조례는 없다. 지난 4월 문을 연 대구창업지원포털의 경우 ‘기업애로지원’ 코너는 경기도 과천의 ‘기업지원플러스’ 사이트로 연결되고, 보증·융자·펀딩은 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내용을 소개해두고 있다. 대구만의 것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는 지원이나 안내하고 있다.

대기업 유치에 올인하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과 같다. 그리고 ‘대마불사’는 이미 깨졌다.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실리콘밸리의 유명 엔젤투자가 데이비드 리는 “미국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걸 대구에서 해보자.

대구가 건강한 실패를 한 창업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도시로 자리잡는다면 창업자가 몰려들 것이다. 이는 가는 뿌리가 아주 많아 어떤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튼실한 경제나무의 시작이다. 전국 제일의 창업도시를 만드는 핵심은 이들의 실패를 믿어주는 것이다. 노인호기자<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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