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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대구문화예술인의 업적과 삶 .6] 작곡가 박태준

2016-09-29

국민동요‘오빠생각’ 등 작곡…한국 현대음악 개척의 선구자

[대구문화예술인의 업적과 삶 .6] 작곡가 박태준
1951년 미국 우스터대학에서 찍은 박태준의 사진.
[대구문화예술인의 업적과 삶 .6] 작곡가 박태준
박태준은 1945년 광복 후 한국오라토리오 합창단을 창단, 헨델의 ‘메시아’를 초연하는 등 합창음악 발전에 기여했다. 1970년대 오라토리오 합창단의 공연 모습.
[대구문화예술인의 업적과 삶 .6] 작곡가 박태준
박태준 가곡집(1927)
[대구문화예술인의 업적과 삶 .6] 작곡가 박태준
작곡가 박태준은 한국서양음악의 토대를 닦은 공로로 예술원상, 문화훈장 대통령상, 국민훈장 무궁화장, 소파상 등을 받았다. 문화훈장 대통령상을 받은 그의 모습.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오빠생각’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동요다. 이 동요가 작곡된 시기는 일제에 식민통치를 받던 시기다. 그래서 비단 구두를 사러 갔다는 오빠는 조국을 위해 동생이 떠올라도 항일운동을 하러 떠났다는 아름답고 가슴 아픈 노래라는 평가도 있다.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는 이 동요는 아동문학가 방정환(1899~1931)이 만든 잡지 ‘어린이’의 1925년 11월호에 실린 시를 작곡한 것이다. 작곡가는 우리나라의 현대음악을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 받는 박태준(1900∼1986)이다. 전 국민이 어릴 적 즐겨 불렀던 동요를 작곡한 박태준이 대구 출신이고, 대구 음악 발전에 앞장서왔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다. 박태준기념사업회 등이 결성돼 그를 추모하고 알리는 사업을 펼치면서부터다. 박태준은 어떤 인물일까.

나라 잃은 민족슬픔 노래에 담아
오뚝이 등 50여편의 동요 작곡
미국 유학 후 성가합창에 전념
박태준음악제·생가복원 등 추진


◆현대음악 개척의 선구자

한국 최초의 동요와 가곡 작곡가인 박태준은 대구에서 태어나 계성고를 졸업할 때까지 대구에서 자랐다. 이후 평양숭실전문학교에 진학해 서양 선교사들에게 성악과 작곡의 기초법을 배웠다. 이때 작곡한 곡은 ‘가을밤’ ‘골목길’ 등이다. 졸업한 뒤에는 마산의 창신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시인 이은상과 함께 ‘동무생각’ 등의 노래를 작곡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으로 평가받는 이 노래는 전반부에는 동요조의 가락이 바탕을 이루고 있으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2부 합창을 사용하면서 감정을 격화시킨다.

1924년부터 1931년까지는 8년간 모교인 대구 계성중에 재직하며 ‘오빠생각’ ‘오뚝이’ ‘하얀밤’ ‘맴맴’ 등 우리나라의 대표 동요 작품들을 작곡했다. 합창활동, 악대활동, 작곡활동 등 당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가장 활발히 활동한 때였다. 100곡 넘는 동요의 절반도 이 시절에 쓰였다. 당시 창작 동요를 모아 작곡집 ‘박태준작곡집’과 동요집 ‘중중 때때중’ ‘양양 범버궁’을 발간하기도 했다. 박태준은 당시 작곡한 노래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전문적 기교면에서 볼 때에는 매우 유치하고 족히 평가할 가치가 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이것들은 한국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훌륭히 장식했다.”

1932년엔 미국으로 건너가 터스컬럼대와 웨스트민스터대에서 합창 지휘를 배워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학 중에도 동요를 작곡하지만 1935년 이후로는 교회 음악, 특히 성가 합창에 전념했다.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1936년 귀국한 박태준은 다시 계성중에 근무하면서 대구 무영당백화점에 음악연구소를 열었다. 2년 뒤에는 대구성가협회라는 대구 최초의 일반합창단을 조직해 그해 창단연주회를 열었다. 대구지역 합창활동의 뿌리를 내리게 한 것이었다.

박태준의 활동은 대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숭실전문학교 교수로 취임하고 1948년에는 연세대에 종교음악과를 설치하고 나중에 음악대학이 신설됐을 때 초대 학장을 지냈다. 그는 1966년 정년퇴직까지 후학 양성을 위해 노력했다. 1945년에는 합창단을 창단,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헨델과 바흐 등 수많은 합창곡을 국내에 소개했다.

이후에는 우리나라 합창 운동과 교회음악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애썼다. 합창음악의 연구와 발전을 위해 서울음악인들로 구성된 고려합창협회를 조직하고 부회장직도 맡았다. 이 밖에 문교부예술위원회, 서울시문화위원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한국교회음악협회 이사장, 한국음악협회 이사장, 한국성가작곡가협회 회장 등도 맡았다. 또 안익태에 의해 개최된 서울국제음악제(1962~1964)의 중추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박태준은 무엇을 노래했나

박태준은 일제의 탄압에 맞선 작곡가였다. 1919년 3·1운동 때 그가 다니던 계성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이 체포됐고, 교사로 일했던 마산의 창신학교는 일제에 저항하다가 1939년 문을 닫았다. 교수로 근무했던 숭실전문학교 또한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는 등 일제에 저항하다가 폐교됐다. 박태준은 숭실전문학교에 다니던 때 3·1운동에 동참했다가 일본 경찰을 피해 대구까지 피신한 바 있다. 1945년에는 일본 헌병대에 체포돼 부산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다. 이런 이유로 그의 음악에는 나라 잃은 우리 민족의 슬픔이 담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태준은 일제의 탄압을 받은 우리 민족의 심정을 노래에 담았다. 일본의 식민지라는 암울한 현실 아래에서 작곡된 당시의 곡들이 대부분 슬프고 애잔하다. 특히 ‘오빠생각’은 삽시간에 전국에서 불렸고 청소년들의 애창곡이 됐다. 밝고 따스한 정감이 넘치는 ‘동무생각’도 국민가요처럼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우리 민족의 평화롭고 낙천적이며 자유로운 서정적 정감을 느끼게 한다. 자신의 세계를 전혀 과장하거나 꾸밈이 없이 간결한 방법으로 담아냈으며 그가 담아낸 세계는 그만의 세계가 아닌 우리 민족의 정서였다. 풍부한 서정성은 민족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고 한을 위로했다. 당시로서는 아직도 낯선 서양음악을 우리의 정서에 맞게 표현함으로써 민족의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해준 진정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박태준을 기리기 위한 움직임은 5년 전에 본격화됐다. 대구음악계는 2011년 9월 작곡가 박태준기념사업회 추진을 위한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박태준의 음악적 업적을 조명하고 그의 음악을 대구 시민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박태준기념사업회는 동요집 및 가곡집을 출판하고 가곡과 동요 음반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청라언덕을 배경으로 한 야외음악회 형식의 박태준기념음악제, 나아가 박태준기념관 건립 및 생가복원 사업을 벌여 대구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정착시켜나간다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우리 민족이 사랑한 작곡가 박태준’이란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작곡가 박태준기념사업회는 오는 10월1일과 12월3일 작곡가 박태준의 이름을 내건 아마추어 동요콩쿠르와 한국가곡콩쿠르를 열고, 박태준 매거진도 발간할 예정이다.

대구가 낳은 위대한 인물 박태준을 기려 청라언덕에 ‘박태준 음악기념관’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구 근대문화의 중심지인 청라언덕은 근대 예술가들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 곳이다.

1900년대 대구의 몽마르트로 불리는 이곳은 1899년 그 언덕 아래로 십자가 모양의 계산성당이 한옥으로 축성된 후 작곡가 박태준과 시인 이상화, 화가 서동진·이인성 등이 그 언덕을 오가며 한국 근대 예술의 꽃이 된 작품들을 피워냈다.

‘푸른 담쟁이 덩굴’이란 뜻의 청라언덕은 당시 박태준이 다니던 계성학교의 아담스관과 맥퍼슨관, 언덕에 위치한 동산의료원 선교사 사택들이 푸른 담쟁이덩굴로 휘감겨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사진=작곡가 박태준기념사업회 제공

<이 기사는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서 작성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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