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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통째로 굽는 교육

2016-10-17

노자는 “큰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물고기 조리하듯이 하라(治大國 若烹小鮮)”고 하였다. 작은 물고기를 조리할 때는 칼로 배를 따서 내장을 꺼낸다든가, 뼈를 추린다든가 하지 않고 통으로 구워야 한다. 또한 젓가락으로 자꾸 뒤집어서 살이 문드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라를 다스릴 때도 제도나 법을 치밀하게 만들거나 자주 바꾸어 백성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정치에서 가급적 작위를 배제하고 무위(無爲)로써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통째로 굽는 정치’라고 한다.

최근 구석기 식단이라고 하는 것이 건강식으로 유행하고 있다. 구석기 식단은 과거 구석기인들이 먹던 방식으로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으로, 예컨대 전체식이라고 하여 과일이나 생선을 통째로 먹는다든지, 곡물류 대신 고기를 먹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식단뿐만 아니라 구석기인의 생활 방식도 웰빙 건강법으로 유행하고 있다. 예컨대 구석기인들이 하루에 이동한 거리만큼 걸어야 한다든지, 몸을 자주 씻지 않고 머리를 자주 감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첨단 문명사회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구석기시대는 호모 사피엔스가 활동을 시작하던 약 250만년 전에서 홍적세의 정착생활이 시작되는 1만2천년 전까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구석기 시대는 지금까지 인류 역사의 99.8%를 차지한다. 이 시기 동안 우리의 조상들은 주로 채집과 사냥을 하고 살았으며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동하면서 생활하였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시기에 인류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구석기 식단은 이때에 완성된 유전자 지도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논리이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구석기 시대에 형성된 인류의 유전자 지도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교육 또한 구석기 시대의 교육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구석기 교육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앎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교육이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교육이 삶에서 분리된 앎만을 추구한다면, 구석기 시대의 교육은 삶 자체가 교육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삶 자체가 교육인 것을 ‘본원적(本源的) 교육’이라고 부른다. 본원적 교육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그것이 인류 최초에 형성된 교육양식이라는 의미와 함께 제도교육이 보편화된 오늘날에도 가장 근원이 되는 교육이라는 의미가 그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그들의 현실적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실과 등의 교육내용은 수없이 많이 쪼개진 학문 분야를 단계에 맞추어 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학문 분야가 생길 때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이 늘어나곤 한다.

노자가 말하는 생선을 조리하는 비유는 나라를 다스릴 때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도 아이들 삶을 통째로 굽는 것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 삶을 통째로 굽는 교육은 바로 구석기인들이 그랬듯이 아이들 삶 그 자체가 교육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현재의 교육과정을 과목이 아니라 주제별로 바꾸어야 한다. 같은 연령으로 구성된 모든 단식학급을 허물어 다양한 연령층이 같이 공부하는 복식학급으로 바꾸어 학급 안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학교를 없애고 개개인 아이들의 삶 그 자체가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대구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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