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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신작 대결] 걷기왕·인페르노

2016-10-21

걷기왕
‘선천적 멀미증후군’ 17세 소녀의 경보선수 도전기


20161021

인천 강화도에 사는 17세 소녀 만복(심은경)은 오늘도 논길과 숲길을 따라 느릿느릿 걷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동수단을 경험해봤지만 지독한 멀미증을 이겨내지 못한 만복은 집에서 도보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까지 매일 걸어서 등교한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 쉬지 않고 먼 거리를 걷는 수고 끝에 학교에 도착하지만 끝내 지각하기 일쑤다. 몸이 고단하니 수업시간엔 책상에 엎드려 자기만 한다. 무기력감에 찌든 모습이다. 짝꿍은 그런 만복에게 “‘바보 냄새’ 난다”며 놀려댄다.

무조건 1등만을 강요당하는 세상에서 만복은 꿈도 간절히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이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살아간다. 다행히 만복에게는 ‘꿈을 향한 열정과 간절함’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열정적인 담임선생님(김새벽)이 있다. 담임은 어느날 가정방문에 나섰다가 4시간을 걸어서 통학하는 만복의 놀라운 걷기 능력을 발견한 뒤 만복에게 육상을 권한다. 만복은 담임의 추천으로 학교 육상부에 들어가게 되고, 걷는 경기인 경보를 시작한다. 공부는 하기 싫고, 유일하게 잘하는 ‘걷기’만 하면 된다니 별생각 없이 뛰어들었는데,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모양이다. 의지가 약하니 죽기 살기로 훈련하는 다른 부원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멀미 증후군 때문에 오히려 그들에게 폐만 끼치는 짐이 될 뿐이다.


모든 이동수단에 멀미…왕복 4시간 걸어 통학 여고생
“걷기만 하면 된다” 말에 시작한 육상부 생활 그려
심은경標 연기·애니기법 화면·독특한 배경음악 눈길



우연인 듯 운명인 듯 만복은 마라톤 유망주였지만 다리 부상으로 경보 선수로 전향한 선배 수지(박주희)에게 자극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 출전권을 따낸다. 차를 탈 수 없는 만복은 육상부 선배와 함께 집에서 대회가 열리는 곳까지 걷기로 한다.

‘걷기왕’은 연출을 맡은 백승화 감독의 바람처럼 ‘꿈이 없어도, 적당히 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감독은 ‘기성세대들이 원하는 청춘의 성장 조건은 끝없는 도전과 자기계발, 꿈과 성공을 향해 달리는 것이지만 지금 젊은 세대가 과연 목숨 걸고 열심히 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래서 누구나 목숨 걸고 죽을 만큼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이뤄낼 수 있다는 뻔한 결말을 맺지 않는다. ‘뛰다 힘들면 언제든 걸어도 좋고, 걷다 지치면 길바닥에 드러누워 푸른 하늘을 올려다 봐도 좋다’는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연배우 심은경은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전매특허인 어리바리함과 능청스러움을 조화롭게 변주해 연기했다. 그러나 신선함은 부족하다. 쿨하고 시크한 매력의 육상부 선배 수지를 연기한 배우 박주희는 특별히 눈에 띈다.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이 단조롭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 다만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화면을 만화적으로 표현하거나 독특한 배경음악으로 귀를 자극해 순간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기술을 발휘한다. ‘응답하라 1988’로 큰 인기를 모은 안재홍의 목소리 출연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흥행 장치다.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인페르노
단테의 ‘神曲-지옥편’에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라


20161021

전세계 인구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주장한 천재 생물학자 조 브리스트(벤 포스터)의 갑작스러운 자살 이후 하버드대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기억을 잃은 채 피렌체의 한 병원에서 눈을 뜬다. 그가 깨어나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 병원을 습격하고, 랭던은 담당 의사 시에나 브룩스(펠리시티 존스)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던 랭던은 사고 전 자신의 옷에서 발견된 의문의 실린더에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묘사한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원본과 달리 미세하게 변형된 ‘지옥의 지도’에는 알 수 없는 단어들로 조작된 암호가 새겨져 있고, 랭던은 이 모든 것이 전 인류를 위협할 거대한 계획과 얽혀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에 이은 세번째 시리즈
전작들처럼 론 하워드 감독·톰 행크스 다시 의기투합
종교적 주제 벗어나 인구과잉문제 현실감 있게 담아



‘인페르노’는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의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이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을 등장시켜 쓴 세 번째 시리즈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두 소설 역시 영화화됐는데 전작들에서처럼 할리우드의 거장 론 하워드 감독과 톰 행크스가 연출과 주연 배우로 만났다.

‘인페르노’는 종교 대(對) 과학이라는 논쟁을 낳았던 앞선 시리즈와 달리 인류의 미래에 닥친 현대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전작 ‘다빈치 코드’와 ‘천사의 악마’가 가톨릭 교회에 대한 의심과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자 대변자인 교황청과 과학자들의 조직인 일루미나티의 대립을 전면에 내세우며 종교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면 ‘인페르노’는 오늘날 인구 과잉으로 인한 인류의 생존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21세기 흑사병의 존재와 이를 막기 위해 벌이는 로버트 랭던의 긴박한 추적은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극대화한다.

역사, 종교, 예술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 코드에 암호를 결합해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전작들과 유사하다. ‘다빈치 코드’에서는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와 같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서 가톨릭에 얽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냈고, ‘천사와 악마’에서는 갈릴레이의 ‘진실의 도형’과 로마 바티칸 곳곳에서 발견된 암호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번 영화 ‘인페르노’에서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과 보티첼리의 ‘지옥의 지도’가 인류의 재앙을 조장하는 비밀조직의 존재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다.

영화는 단테의 흔적이 발견되는 피렌체, 베니스, 이스탄불 등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스크린에 가득 채운다. 관객들은 상상 너머 신비롭고 이국적인 세계를 직접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단테의 흔적을 따라 피렌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밀조직과 로버트 랭던의 긴박한 추격과 액션신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장르:미스터리 스릴러,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121분)

김명은기자 dra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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