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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서민들 지갑에는 돈이 없다

2016-10-26
20161026

월급은 제자리걸음 하는데
턱밑까지 올라온 가계부채
수시로 오르는 물가·학원비
답답함에 한 잔 생각나지만
서민 지갑은 텅텅 비어 있다


‘대한민국을 들썩일! 경험하지 못한 최대의 쇼핑관광축제가 시작됩니다.’

지난 9월29일부터 시작되어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2016 쇼핑관광축제’ 공식 홈페이지 가운데에 적혀 있는 글귀다.

정부가 대기업까지 독려하고 전통시장까지 끌어들여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행사는 막바지가 며칠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보면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행사가 끝나는 대로 이런저런 수치를 들고 나와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는 평가를 내릴 것이다. 그러나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 정부기관의 통계치가 무슨 무슨 잣대를 갖다대느냐에 따라 결과치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것은 통계에 대한 신뢰도 있겠지만, 더 명확하게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실패한 행사라는 것을 아는 이유는 전통시장 상인이나 소상공인들이 경험한 세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의 매출이 그나마 상승그래프를 그린 것은 중국인 관광객 덕분이다. 이번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중국 국경절(10월1∼7일) 연휴 특수와 맞물리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몰렸다. 업체별 매출에서도 면세점은 지난해 행사 대비 29.5%나 신장됐다.

이에 비해 중국 관광객이 아닌 내국인 위주의 대형마트 매출신장은 전년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전전문점의 매출 신장률도 5.7%에 불과했다.

이런 수치도 수도권 이야기다. 중국 국경절기간 대구·경북에서 중국인들이 얼마의 돈을 사용했을까? 잠만 자고 쇼핑은 서울이나 부산·제주 면세점으로 가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대구·경북에서 무슨 돈을 쓴단 말인가!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대구에선 신매시장 등 19개 전통시장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행사가 진행되는지 잘 알 수 없다. 홍보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찾는 발길이 없다보니 시장은 한산하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통해 보지 않더라도 이미 서민경제는 힘에 부친다는 것을 서민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집 하나 장만하기 위해 서민들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빌린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장마가 길어지면서 농산물 생산도 좋지 않아, 농민이나 소비자나 울상이다. 어민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급 식당이나 일식집 등은 김영란법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서민들이 찾는 삼겹살집이나 막걸리집에도 벌써부터 겨울바람이 불고 있다.

이유는 한가지뿐이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지갑은 있는데 지갑 안에 돈이 없다. 쥐꼬리만 한 월급은 언제 올랐는지 모를 정도로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데, 아이들 학원비나 장바구니 물가는 자고 나면 오른다.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도 퇴직후 미래가 걱정되는데, 허리띠 풀어놓고 마음껏 술 마실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혹여나 하고 문 열고 손님 기다리는 선술집은 전기료 걱정에 가슴이 새카맣게 타고 있다.

“위축된 소비심리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서민에게는 정치인들이 선거판에서 쏟아놓은 공약(空約)만큼이나 허황된 이야기로 들린다.

정부 고위 관료들은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퇴직연금과 강남에 몰래 숨겨둔 부동산이 있기에 잘 모르는가 보다. 지금 서민들이 얼마나 어렵고 미래가 답답한지. 서민들에게 지갑을 열라고 대폭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판다고 했지만 서민들은 지갑만 있을 뿐 지갑 안에 돈이 없다. 내일, 따뜻한 밥 한끼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전 영 뉴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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