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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모래주머니 들고 ‘평생직장 무한도전’

2016-10-28

환경미화원 체력시험장 풍경
대구 북구청 무기계약직 공채
나이·학력 접어두고 생존경쟁
응시자 20∼30% 재수·삼수생

20㎏ 모래주머니 들고 ‘평생직장 무한도전’
26일 대구시 북구 옻골공원에서 열린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체력실기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모래주머니를 들고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26일 낮 12시 대구시 북구 구암동 옻골동산. 운동장 주변에는 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성 수십명이 모여 준비운동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북구청 환경미화원 체력 실기시험 응시자로 20~30대 젊은층이 유독 많았다.

실제, 응시자 144명 중 60.4%(87명)는 20~30대였다. 40대는 33%(47명), 50대는 7%(10명)에 그쳤다. 이날 체력심사에는 133명이 참석했다.

이날 시험은 ‘20㎏짜리(여성은 10㎏) 모래주머니를 들고 50m 달리기’와 ‘윗몸일으키기’ 2개 종목. 북구청 환경관리과는 쓰레기 상차 작업 능력을 평가하는 이 종목들의 성적을 합산해 고득점자 순으로 45명을 우선 선발하기로 했다.

체력시험에 젊은 남성 80여명이 몰리자 중년층은 볼멘 소리를 토해냈다. 한 지원자는 “1차 시험이 체력심사인데 조카 뻘 되는 아이가 많아서 불리하다. 열살, 스무살 나이차를 어떻게 메우겠느냐. 통과하기 어렵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15명을 선발하는 이번 채용에는 144명이 지원해 9.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응시자는 76명이나 됐다. 고졸은 61명, 중졸 이하는 7명이었다.

환경미화원 채용시험에 많은 응시자가 몰리고, 고학력자들이 지원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정년이 보장되는데다 처우도 좋아, 안정된 직장을 바라는 이들의 도전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최근에는 청년 취업난이 지속되면서 20대 초중반 젊은 남성의 지원율도 높아지고 있으며, 재수·삼수도 기본이 됐다는 게 북구청 측의 설명이다.

북구의 환경미화원은 무기계약직으로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초봉이 7급 공무원 1호봉보다 높은 수준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박모씨(31)는 “공무원 시험에 연거푸 떨어지다 보니까 눈을 돌려 환경미화원 시험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환경미화원이란 직업이 보수나 안정성에서 매력적이다. 꼭 붙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기록이 만족스럽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최연소 응시자 박성수씨(23)는 “환경미화원을 기피직종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체력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섯 달간 체력 단련에 매진했다. 만약 합격한다면 장기근속 환경미화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북구청 환경관리과 김정택 주무관은 “2007년부터 공개채용 중인 환경미화원 시험의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은 물론, 고학력자와 여성도 늘고 있다. 환경미화원 지원자 중 20~30%는 재도전자”라며 “3D 직종이란 편견이 사라진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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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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