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61028.010230828030001

영남일보TV

[사설] 이게 나라냐

2016-10-28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및 국가권력 사유화 의혹이 관련자 증언과 언론 보도로 속속 구체화되고 있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26일 “지난 2월 최순실씨의 지시로 SK를 방문해 80억원의 투자 유치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며칠 뒤 안종범 수석이 확인 전화를 걸어왔다”고도 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내가 장관직을 그만둔 뒤 차은택씨가 문체부에서 전권을 휘두른다는 얘기가 들렸다”고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승마협회 조사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힌 문체부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을 청와대가 좌천시키고 잘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옷을 만드는 의상실에서 옷값으로 추측되는 돈을 지불하는 장면과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최씨 앞에 조아리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언론에 공개됐다.

관련 증언과 보도 내용은 검찰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모두 사실일 개연성이 높다. 태블릿PC 파일에 의해 밝혀진 최순실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과 인사 개입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최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한 흔적이 역력하다. 명백한 국가권력의 사유화이자 국정의 사유화다. 비선에 의해 국정 시스템이 붕괴된 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 할 수는 없다. 최순실씨가 안종범 수석을 ‘안 선생’으로 불렀다고 하니, 그녀의 파워와 전횡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국민은 분노와 비탄에 빠져 있다. 인터넷에 “나라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집단”이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박 대통령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지난 25일의 100초짜리 사과문은 진정성이 없었고 거짓된 내용도 있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우병우 민정수석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만큼은 즉각 경질해야 함에도 대통령은 인적 쇄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대통령의 묵인이나 방조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선정치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사과문 발표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은 17.5%로 폭락했다. 땅에 떨어진 리더십으로는 국정의 추진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청와대 참모를 전면 개편하고 책임총리를 기용하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고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만 관장하는 게 바람직하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책임지는 방법으로 ‘하야 또는 탄핵이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자가 42.3%로 가장 많았다. 머뭇거릴 시간이 별로 없다. 하야나 탄핵은 국민에게도 대통령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