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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칼럼] 潛龍과 雜龍

2016-12-09
[조정래 칼럼] 潛龍과 雜龍

‘앞으로 대통령은 원만한 가정에서 정상적인 성장 이력을 지닌 사람을 뽑아야 할 것 같아.’ 요즘 우리 주변, 특히 대구·경북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는 말로,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난 자존심을 우회적으로 역설한다. 잘못된 선택에 면죄부를 주려는 심사도 없지 않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고금에 걸쳐 축적된 이 경험담은 ‘수신제가(修身齊家)’를 근본으로 한다. ‘치국(治國)’의 밑바탕인 ‘제가(齊家)’는 이제 우리 대통령학의 ‘제1조 1항’으로 자리해야 될 성싶다.

박근혜 이후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정부에 대한 규정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넘치는 카리스마에 이은 독재적 권능을 마음껏 발산해 왔다. 탄핵 역풍에 휩쓸려 집도 절도 없던 천막당사 시절, 풍비박산 직전의 한나라당을 고군분투로 구한 그는 ‘박 다르크’로 손색이 없었다.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토해 낸 ‘대전은요?’라는 토막말은 이후에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딱 거기까지였다면…. 당시 예견될 수 있었던 독재의 위험성은 불통의 답답함으로 이어져 시민을 피곤하게 하는 현실이 됐다. 급기야 독재에 무능과 공감능력 부재까지 더해져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문장 짧음을 은폐하려 최태민식 비의(秘意)와 ‘순실’식 비선(秘線)에 기대게 되니, ‘봉건사회서도 있을 수 없는’ 혼군(昏君)의 국정농단이 자행됐던 게다. 작금 대한민국은 불통과 무능, 비선이 합작해 낸 극도의 피로 사회다.

박근혜 정권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감별의 필요성을 높인 정권으로,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예측가능한 위험을 배제하려면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0만 촛불을 넘어 5천만의 감식안이 요구된다. 국회 국정조사 ‘맹탕’ 청문회보다는 대통령 후보 감별을 위한 ‘시민청문회’가 있어야 하겠다. 국가와 시민의 대변자가 되려는 이라면 홀딱 벗고 적나라하게 검증을 받아야 마땅하다. 아무리 시시콜콜한 가십거리라도 흘려보내지 않을 촘촘한 검열의 그물망을 던지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시민의 의무이자 코 앞에 닥친 우리의 시대적 과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녹취록이 화젯거리다. 탄핵정국의 급물살을 타고 그의 인기가 급상승,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대선 주자 지지율 3위로 급부상하면서 더욱 그러하다. 이 시장은 녹취록에 대해 “형수에게 욕한 거 사실”이라고 쿨하게 인정한 대신 형님·형수 부부가 어머니에게 패륜적인 행동을 해 참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진위야 어떠하든 가족 간 불화와 육두문자(肉頭文字)를 넘어선 쌍욕이 오간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가족관리의 실패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는 삼촌으로부터 양육비청구반환소송을 당했다고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아마도 당시 무기력했던 판세를 더 해볼 것 없는 허무한 선거판으로 떨어트린 악재가 됐을 게 틀림없다.

정치인들의 신상과 신변 관리는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자산이다. 예나 지금이나 신언서판(身言書判) 아닌가.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 벽에도 눈이 있다는데, 요즘은 그보다 훨씬 명민한 SNS가 24시간 낮밤 실시간 감시한다. 가히 신독(愼獨)의 경지, 혼잣말조차 극도로 경계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정작 수신(修身)의 공력을 제대로 쌓은 잠재적 대권후보들은 아직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통칭 ‘잠룡(潛龍)’들이 득시글거린다는데, 내 눈에는 ‘잡룡(雜龍)’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잠룡이라면 수면 아래 가부좌 틀고 승천을 위한 실력 쌓기에 여념이 없어야 할 터인데, 너도나도 본업 팽개치고 촛불시위 현장 등으로 몰려다닌다. 떡 줄 사람들은 생각도 않는데 대통령 다 된 양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비룡(飛龍)들, 시장·도지사직 수행보다 콩밭, 남의 밭에 마음이 가 있는 현룡(見龍)들 천지다. 덕을 쌓으며 때를 기다려야 하는 ‘잠룡물용(潛龍勿用)’의 이치를 모르니, 정상에서 내려갈 골든 타임을 놓친 ‘항룡유회(亢龍有悔)’와 무에 다른가. 대권병에 걸려 너도나도 촛불 밭 누비는 잠룡들. 국가적 위기마저 산술(算術)하니 토룡(土龍)에 불과한 잡룡들 아닌가.<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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