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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단상] 광장만 뒤따르는 야당

2016-12-10
[토요단상] 광장만 뒤따르는 야당

2만(1만2천, 이하 괄호안은 경찰 추산)→20만(4만5천)→95만(24만)→60만(18만)→190만(33만)→232만(42만). 1천300m→900m→450m→200m→100m.

앞의 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의 참가자 수 변화다. 뒤의 것은 법원이 집회와 행진을 허용한 청와대와의 거리. 집회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청와대와의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촛불을 들고 나온 광장(廣場)의 외침이 점점 커지고 또렷해졌다는 증거다. 6차까지가 그랬다. 오늘 열릴 7차 집회는 또 어떨까.

집회를 거듭할수록 더불어민주당 대주주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은 강경 일변도다. 첫 집회 때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2차 때인 11월5일 백남기씨 영결식 참석을 계기로 광장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명예로운 퇴진 보장” “질서있는 퇴진”이었다. “국정에서 손 떼라” 정도였다.

11월12일 주최측 주장 ‘100만 촛불’ 이후 문 전 대표는 “조건 없는 퇴진 투쟁”으로 슬쩍 자리를 옮겼다. 이후엔 “즉각 퇴진(12월1일)” “탄핵과 별개로 즉각 퇴진(12월7일)”으로 더욱 거칠어졌다. 촛불집회에 등장했던 구호들이 퇴진에서 체포, 구속으로 이동한 것과 비슷하다. 추미애 대표의 발언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그 사이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여야가 합의해 총리를 추천해주면 그대로 임명하겠다”고 했고, 3차 담화에서는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말씀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네 번째 담화 없이 국회의 탄핵을 맞았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제안을 모두 걷어찼다. 서로 입장이 달라 국회에서 1명의 총리 후보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었을까, 박 대통령 퇴진 일정을 국회가 합의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일까 등의 의문을 남겼다. 정권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야권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시국을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음모론도 꽤 그럴 듯하게 퍼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껏 야당이 취해온 입장을 거꾸로 생각해보자. 국회가 총리를 추천했다면 어땠을까. ‘총리 인사권(인사권)’이 국회에 있는 셈이니 총리가 대통령의 말을 들을 리 없다. 현행 헌법은 총리에게 ‘대통령의 명(命)에 따른 국정 통할권’을 주고 있다. 애매하다. 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해임해야 하는데, 박 대통령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 대통령과 총리가 부딪칠 수밖에 없다. 힘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총리에게 있다. 이렇듯 총리가 혼란을 수습해 나간다면 총리를 추천한 야당의 수권 능력도 함께 평가받았을 것이다. 정권이 야당에 넘어가는 걸 걱정할 사람도 줄었을 것이다.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허수아비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놓고도 검찰의 수사 진척에 따라 대통령 탄핵은 탄핵대로 추진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3차 담화대로, 국회가 총리 추천과 함께 대통령 퇴진 일정을 마련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정치 일정이 투명해짐에 따라 정국은 급격히 대선 국면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대권 주자들은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운동을 하러 전국을 누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 전면에서 사라진 채 퇴진 날짜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을 것이다. 아무도 박 대통령에 눈길을 주지 않게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최순실 사건을 수사하게 되는 특검팀만 박 대통령에 관심을 두었을 것이다.

혹자는 대통령이 퇴진 약속을 뒤집을지 모른다고 한다. 촛불집회에도 항복한 대통령이 퇴진 약속을 정면으로 어긴 후의 메가톤급 횃불에 견딜 수 있을까. 정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야당이 ‘광장’과 달라야 하는 점은 대표성과 책임성이다. 광장은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해도 된다. 어차피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니까 말이다. 광장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당위(當爲)의 문제다. 그와 동시에 제도권 정당은 광장 민심의 출구를 찾아줘야 할 책무가 있다. 그냥 따를 것이 아니라 진의를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을 거둬 국회의원에게 세비를 줘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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