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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CEO 칼럼] 폭설 안전지대는 없다

2016-12-20
[CEO 칼럼] 폭설 안전지대는 없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예로부터 영남지방에서는 쌓인 눈을 보기가 어려웠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버티고 서 있어 관동, 호서, 호남지방과 지리적으로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문경새재를 사이에 둔 남쪽과 북쪽, 낙동강을 사이에 둔 동쪽과 서쪽이 모두 그랬다. 그래서 영남의 북쪽 끝에서 발원해 안동, 상주, 대구, 밀양을 거쳐 부산으로 흘러드는 낙동강의 동쪽은 전국 평균에 비해 기온이 높고 눈과 비가 적은 지역이었다. 특히 부산, 울산, 창원 등 남쪽은 여름에 비는 많이 내리지만 해안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에 눈은 거의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철벽같던 문경새재, 낙동강의 폭설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2011년 1월 새해 벽두에 포항과 울산을 비롯한 경북 곳곳에 기록적인 눈 폭탄이 쏟아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평소 눈이 자주 오는 지역이 아닌 영남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지고 폭설이 발생하자 곳곳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도로가 얼어붙자 교통이 통제됐고 도심 교통이 마비돼 출근길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포항공항의 항공기와 울릉도 정기여객선의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이럴 경우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는 제설을 위한 특별근무에 들어간다. 재난상황실을 꾸리고 동원 가능한 모든 장비를 전진 배치하는 한편 이외의 기관들도 긴급지원 준비를 갖추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눈이 내리게 되면 제설차량이 현장으로 달려가 예비살포를 하고 취약구간에 대해서는 자동염수분사시설을 가동한다. 본사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도시에 있는 산하기관의 상황실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제설현장을 지휘한다.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에는 CCTV가 설치돼 현장상황이 실시간 확인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특히 교통량이 늘어나는 주말에는 비상근무태세를 격상하고 장비와 인력, 그리고 자재를 집중 투입해 눈과의 밤샘사투를 벌이며 고속도로 차량이 원활히 통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럴 때는 운전자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폭설 등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한국도로공사는 본선을 차단하고 인근 나들목으로 차량을 유도한다. 2004년 대전, 충청지역의 기록적인 폭설로 수많은 시민이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했던 악몽과도 같은 일을 겪은 이후 폭설 등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고속도로 본선에 대한 긴급통행제한을 실시할 수 있도록 고속국도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통행제한을 시행하지 않고 제설작업을 했을 경우에는 체인을 장착하지 않은 차량이나 화물차량이 정차하거나 서행해 제설작업에 큰 지장을 준다. 이에 반해 통행을 제한하고 제설작업을 할 경우에는 빠르게 완전히 눈을 제거할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2011년 영남폭설 당시 경부선을 전면 차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산나들목부터 경주나들목까지의 본선 양방향을 전면 통제하고 경주영업소로 차량을 안내해 국도로 우회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일부 고객들이 안내를 따르지 않아 제설작업은 더욱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전면 차단을 항의하는 민원전화가 쇄도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고속도로 본선을 차단한 다음 쌓인 눈을 말끔하게 제거한 결과 차단 2시간여 만에 통행을 완벽하게 재개할 수 있었다.

이제 어디라 할 것 없이 한반도 전체가 폭설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고속도로 본선이 통제되는 경우가 점점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무래도 고속도로가 낫다는 생각에 기다리더라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더욱이 염화물을 사전에 살포하는 등 예비작업을 충분히 한다고 하더라도 폭설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인 탓에 운전자의 대부분이 월동 장구를 갖추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차량흐름은 더뎌지고 고속도로의 정체 길이는 더욱 급속히 늘어나게 된다. 고속도로에서 재해재난이 발생했을 때 본선을 통제하는 것은 더 큰 교통대란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고속도로 교통대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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