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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절친처럼 늘 곁에 두고 틈틈이 읽자”

2017-01-09

■ 인성교육-책벌레가 되는 방법
독서가 공부라는 생각에 책 멀리해
어릴때 재미있게 읽는 습관 들이고
읽은 후 자랑하듯 주위 들려주도록

“책 한 권, 절친처럼 늘 곁에 두고 틈틈이 읽자”

며칠 전 경동초등학교 도서관에 가서 이 학교 ‘책벌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온 나라 학교가 계절성 인플루엔자라는 독감으로 비상이 걸려있는데도 이야기를 듣겠다고 도서관으로 모인 아이들이니 ‘책벌레’가 틀림없었습니다. 나는 그 아이들에 대뜸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왜 책을 읽나요?” 아이들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재미있으니까요.”

정말 재미있어서 읽는 게 맞느냐고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로 다시 물어봤어요. 역시 그렇다는 겁니다. 주로 5학년 아이들이었습니다. 나는 그 대답을 듣고 굉장히 기뻤습니다. 그리고 든든했습니다. 역시 책벌레는 책벌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책 읽는 까닭으로 ‘재미’ 말고 또 다른 것이 없을까 하고 다시 물었더니 그제야 ‘지식과 정보를 얻으려고’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해서’ ‘궁금한 것을 해결하려고’ 와 같은 대답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책읽기에 정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힘들여 가르치지 않아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글자가 쉬워서 그렇습니다. 세종대왕이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쉽게 배워서 널리 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게 한글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으로 말하기 민망하고 부끄러운 게 있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우리나라 독서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가운데서 꼴찌라는 사실입니다.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독서하기 좋은 나라이면 독서율도 거기에 어느 정도는 따라가야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중간도 아니고 꼴찌라니 말이 안 되잖아요. 기가 막히지 않나요? 도깨비도 이런 도깨비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도깨비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그 까닭은 바로 ‘재미’입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재미로 읽는다는 자세가 아니라 책은 공부하려고 읽는 것, 무엇이든 도움이 되는 것을 얻으려고 읽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대하다 보니 그만 책하고 친구가 되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물론 책을 재미로만 읽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는 어마어마한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는 으뜸이지요. 그렇지만 무엇을 얻으려는 책 읽기도 독서에 재미를 붙여 습관이 된 다음 일입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때는 재미로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자, 도대체 어떻게 하면 책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까요. 방법 한두 가지를 알아봅시다. 첫째는 책을 읽고는 반드시 자랑을 해봅시다. 책을 읽은 것은 자랑거리가 맞습니다. 좋은 옷 입었다고 자랑하거나 비싼 학용품 가지고 있다고 하는 자랑은 못난 자랑입니다. 값비싸고 좋은 운동화 신었다고 재는 것 역시 못난이가 하는 짓입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고는 반드시 재 보세요.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를 부모님에게도 자랑하듯이 이야기해주고, 친구들에게도 책을 소개하듯이 재 보세요. 책 읽고 재고 자랑하는 것은 책과 친구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도 정보를 주는 것이 되니 잘난 척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주는 게 되기도 합니다. 부모님에게 책 읽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 언제 어디서가 가장 좋을까요? 당연히 함께 밥 먹는 밥상머리가 가장 좋습니다. 그렇게 해 보세요.

둘째는 책 한 권을 항상 몸 가까이 두는 겁니다. 학교에 오갈 때는 지금 읽고 읽는 책을 가방에 넣어 다녀야 해요. 교실에 있을 때는 책상 서랍 속에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들어 있어야 해요. 여행을 갈 때는 여행용 배낭에, 나들이를 갈 때는 나들이용 가방에 들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가지고 다닌다고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그냥 가까운 친구니까 가까이 지내는 겁니다. 그러다가 책을 읽고 싶거나 짬이 나면 꺼내서 잠깐이라도 읽으면 되는 겁니다. 교실에서 아침 10분 독서를 할 때는 다른 곳에서 책을 가져오지 말고 가방이나 서랍 속에서 꺼내 읽어야 합니다. 독서 시간이 끝나면 가방이나 서랍 속에 다시 넣으면 되지요. 어릴 때 들인 이런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이어지게 됩니다. 출근을 할 때도 가방에 책을 한 권 넣어 다니고, 모임에 나갈 때도 가방에 책을 한 권 넣어 다니는 습관이 붙게 됩니다. 아주머니 명품 가방에도 책 한 권이, 아저씨들의 서류용 가방에도 책 한 권이 꼭 들어 있게 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책과 친구 되는 습관이 붙어야 합니다.

세계에서 책 읽기 가장 좋은 우리나라입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어준 우리 글 한글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늘 책과 친구가 되어봅시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말입니다. 누가 뭐래도 독서는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입니다. 한 번 빠져보세요. 윤태규<전 동평초등교장·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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