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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동대구로에서] 겸손

2017-02-08
20170208
전 영 경북본사 1부장

앞다투어 나서는 대선주자
하나같이 자화자찬 말잔치
겸손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
몸낮춘 병마용이 온전했듯
스스로 낮추는 이가 돋보여


연일 대권 후보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을 가만히 지켜보면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대통령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과 자신을 제외한 후보들은 이런저런 흠결이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기득권과 특권을 타파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설하겠다” “젊은 대통령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 “여러 후보가 있지만 경제전문가는 내가 유일하다” “공정한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되겠다”

출마의 변을 들어보아도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모두들 자신감에 차 있다. 추호도 자신이 대통령 경선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출발선에 선 사람이 결승선에 다다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 그러나 마라톤에서 의욕이 앞서 초반 레이스를 과감하게 펼쳤던 선수들이 완주조차 못하는 것을 우리는 흔히 봤다. 그들의 지나친 자신감이 완주를 방해할 수도 있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자신감만큼이나 갖춰야 할 덕목이랄 수 있는 ‘겸손’이다.

‘겸손’을 풀어보면 공경할 겸(謙) 따를 손(遜)으로, 남을 존중해 귀하게 대하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다. 쉽게 말해 자신이 잘하는 일이나 자랑할 만한 일이 있어도 잘난 척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다. 지금 대권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행동과는 많이 다르다.

중국인 리슈에청(李學誠)이 지은 ‘천년의 지혜(千年智慧)’라는 책에 ‘겸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리슈에청은 “‘겸손함’이란 함부로 나서지 않고 항상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당할 때 적당히 낮은 자세를 취할 줄 아는 것은 비겁하고 나약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지혜라 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좋은 사례를 하나 들었다.

‘삶의 위대한 지혜를 보여주는 겸손함을 우리는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병마용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병마용 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 박물관을 지키는 귀한 보물이라고 불리는 무릎 꿇은 병사가 있다. 1천여점의 병마용 중 무릎 꿇은 병마용을 제외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이에 반해 무릎 꿇은 병마용은 옷의 무늬나 머리카락조차 선명하게 보일 만큼 가장 완벽한 상태로 보존되었다.

온갖 풍파 속에서도 무릎 꿇은 병마용은 어떻게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을까? 그 원인은 그의 자세에 있다. 한 쪽 무릎을 땅에 댄 자세, 즉 낮은 자세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병마용은 모두 서 있는데, 그 높이가 실제 사람의 키와 비슷하다. 천장이 무너지면서 큰 키를 자랑하는 병마용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120㎝에 불과한 무릎 꿇은 병마용은 상대적으로 적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무릎 꿇은 자세가 무척 안정적이라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오른쪽 무릎, 오른쪽 발, 왼쪽 발이 허리와 삼각형을 유지하며 상체를 지탱하고 있다.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다보니 안정성이 강화되어 쉽게 넘어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은 것이다. 그 덕분에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병마용은 몸을 낮춘 덕분에 효과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경기에서 1등을 한 우승자의 소감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상대 선수에 대한 칭찬이다. “정말 훌륭한 선수였고 최고의 선수”라고 겸손하게 말함으로써 자신은 그 최고의 선수를 이긴 더 훌륭한 선수가 된다. 상대를 칭찬하고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대권 후보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전 영 경북본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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