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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밤 10시 눈을 뗄 수 없네…지성·남궁민·장혁 때문에

2017-02-18 00:00

'피고인'·'김과장'·'보이스'서 저마다 꽉 찬 연기력 과시

 밤 10시, 이들이 있어 잠을 못 이룬다.


 살인 누명을 쓴 열혈 박정우 검사, 본의 아니게 의인의 길을 걷게 된 김성룡 과장, 범인을 끝까지 쫓아가 잡는 무진혁 형사.


 각각 지성(40), 남궁민(39), 장혁(41)이 맡았는데, 연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들 배우의 열연에 추운 겨울밤 수은주가 훅 올라간다.
 다행히 한꺼번에 찾아오지도 않는다. 사이좋게 월화, 수목, 토일 밤을 나눠서 책임진다.


 ◇ 이런 '고구마'라면…지성의 애끊는 연기


 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기분. SBS TV 월화극 '피고인'의 지성을 보면 애끊는 심정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자고 일어나니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살해당한 박정우 검사를 연기하는 지성은 슬픔과 괴로움에 먹혀버린 자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임을 보여준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을 넘어 더는 숨도 못 쉴 것 같은 상황으로 내몰린 자의 충격과 혼란을 교도소라는 한정되고 좁은 공간에서 표현하는 그의 솜씨가 일품이다.


 '피고인'은 박정우가 엄청난 누명을 뒤집어썼으나 기억상실에 걸려버린 탓에 거북이걸음 같은 전개를 보였다. 박정우가 생각날 듯 말 듯한 기억의 편린들을 그러모으는 과정이 천천히 전개되면서, 답답함에 목이 막히는 '고구마' 같은 드라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의상도 달랑 하나라 변화를 줄 구석도 없다. 죄수복을 입은 박정우가 괴로움에 심장을 움켜쥐고,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이 반복되는 듯 하다.


 그러나 지성은 그 모든 장면을 다르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래서 더 대단하다. 매회 새로운 기억이 하나씩 떠오를 때마다 지성은 어제와 다른 표정, 행동, 눈물로 박정우의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고구마'라도 이런 '고구마'라면 환영이다.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데다, 물기가적당해 목 넘김이 좋다.


 '로열 패밀리' '보스를 지켜라' '비밀'을 거쳐 '킬미 힐미'를 통해 연기력의 절정을 보여줬던 지성이다. 그러나 그는 '피고인'을 통해 '킬미 힐미'가 시작이었음을이야기하고 있다.


 ◇ 왜 이제서야…물 만난 남궁민의 코믹 연기


 1999년 EBS TV 청소년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를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곱상한 외모에 한때는 '리틀 배용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만년 조연인 줄 알았다. 욕심이 많고 연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주연감은 아닌가 했다. 데뷔하고 10여년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다음에는 악역 전문인 줄 알았다. 2015년 '냄새를 보는 소녀'와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잇따라 강렬한 사이코패스 연기를 펼쳐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의 얼굴만 봐도 무섭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미녀 공심이'를 통해 데뷔 17년 만에 주인공을 꿰찬 그는 코믹 연기로 멋지게 반전에 성공했다. 어제까지 서슬 퍼런 악역이었던 그가 웃음꽃이 피어나는 귀여운 연기를 펼쳤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언제 나쁜 놈을 연기했던가 싶을 정도였다.


 KBS 2TV 수목극 '김과장'은 그런 남궁민의 반전에 쐐기를 박았다. '미녀 공심이'의 여세를 몰아 본격적으로 코미디를 파고든 남궁민은 왜 이제서야 코믹 연기를 펼치고 있나 싶을 만큼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능청맞고, 능글맞고, 유들유들한 김성룡 과장을 남궁민이 아닌 다른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유쾌하고 발칙한데, 애교도 넘치고, 대범하기까지 한 김과장의 다채로운 모습은 남녀노소의 시선을 잡아끈다.


 웃을 일 없는 요즘인데, 남궁민을 보고 있으면 너무 웃긴다는 댓글이 쏟아진다.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다.


 '노르끼리' 싼티 나는 염색 머리에 멜빵을 적극 활용한 양복 차림, 일명 '떡볶이 코트'를 즐겨 입는 김과장의 외양도 한 몫 크게 한다. '리틀 배용준'은 온데간데없다. 대신 얼굴만 봐도 웃긴 '명배우' 남궁민이 탄생했다.


 ◇ 정성을 다하는 '사이다'…땀이 쏟아지는 장혁의 액션 연기


 OCN 주말극 '보이스'는 무섭다.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고 봐야 하는 장면이 많다.
 안 보면 그만인데 안 볼 수가 없다. 열혈 형사 무진혁을 연기하는 장혁 때문이다.


 장혁은 화면에서 날아다닌다. CG도 아니고 대역도 없다. 액션의 99%를 그가 소화한다고 하니 사실상 대역이 없는 셈이다. 실제로 화면에 별반 트릭이 없다. 액션 신에서 그의 얼굴이 다 오롯이 잡힌다.


 그는 뼈와 근육의 에너지를 총동원해서 '보이스'의 액션을 소화하고 있다. 현란하지도 않다. 실제 범인 검거 현장에서 형사가 펼칠 법한 추격전과 육박전이 숨이 넘어갈 만큼 펼쳐진다.


 장혁은 그에게 'KBS 연기대상'을 안겼던 '추노' 이후 몸에 꼭 맞는 옷을 다시 찾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액션에만 매몰된 게 아니다. 탄탄한 대본이 자랑거리인 '보이스'는 무진혁 형사가 여러 장애물을 하나하나씩 성실하게 제거하며 범인을 검거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장혁은 그 무진혁을 펄떡펄떡 뛰는 인물로 구현하고 있다. 시청자가 지켜보면서'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끔 정성을 다하고 있다.


 '보이스'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강력범죄들을 쫓아가는 게 너무 힘들다. 그러나 장혁의 빛나는 연기로, 시청자는 무진혁의 노력과 활약 끝에는 반드시 시원한 '사이다'가 있음을 믿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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