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문화 발달로 음식 포장 생활화
비닐·스티로폼 등 환경호르몬 유발
정부·기업·음식점 사용 자제 움직임

비닐봉지에 담겨 판매중인 태국 음식. <출처 : Serious Eats>

김창희<경북PRIDE상품 태국 해외시장 조사원·자유기고가>

태국은 1차 산업이 발달되어 농수산물과 과일이 저렴하다. 또 열대 지방이라 연중 습하고 덥다. 그 밖의 다른 요인들로 인해 태국 현대 문화에서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보다는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외식문화가 발달했다.

태국에서는 아침에 ‘딸랑딸랑’ 종을 치면서 손수레를 끌며 쌀국수를 팔러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는 뜨거운 두유를 파는 손수레와 태국 전통 볶음 요리, 튀김 요리를 파는 손수레들도 즐비하다.

태국인들은 간편하고 값싸게 손수레나 음식점에서 음식을 구입해 비닐봉지에 담아 학교에 등교하거나 회사에 출근한다. 퇴근 후에는 펄펄 끓는 국물요리를 비닐 봉지에 포장해 가져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실제로 퇴근시간이 되면 대부분의 현지인이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귀가한다. 한국 주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문화가 아니다.

비록 뜨거운 요리로 인해 비닐 봉지가 흐물흐물해지고 하얀 스티로폼 박스가 뭉개져도 내용물의 맛은 변하지 않기에 태국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먹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태국 정부는 태국인들이 대수롭지 않게 사용하던 비닐이나 스티로폼이 인체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적으로 굉장히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다.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았는데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성조숙증’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성조숙증 환자들이 지속적으로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많은 사람은 이러한 현상이 환경 호르몬과 관련성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축적됨으로 인해 내분비계에 혼란이 생겨 이런 현상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조숙증 환자의 증가뿐만 아니라 태국에는 ‘성정체성’이 혼란스럽거나 불분명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 자신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불분명하게 살아갈 뿐만 아니라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처럼 옷을 입고 여성처럼 말하고 행동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이런 원인에 대해서도 아직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적 요소, 즉 ‘환경 호르몬’의 영향력으로 인해 남성과 여성의 호르몬이 파괴되거나 변화되어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태국 내에서는 환경 호르몬을 유발하는 비닐·플라스틱·스티로폼 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 단순히 편리하고 유용하다고 생각한 것이 개인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태국에서는 환경 호르몬을 유발하는 비닐·플라스틱·스티로폼 등을 개인의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한 공동체적인 부분으로 인식해 최대한 사용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최근 태국의 백화점·대형마트 등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나, 한 달 중 일정시기 동안 비닐봉지 없이 물건을 판매하는 날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큰 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식당 주인들까지 함께한다.

그리고 태국의 음식점에서도 하얀 스티로폼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 주던 것에서 이제는 친환경 종이상자나 하얀 스티로폼 도시락 대신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도 쉽게 녹지 않는 견고한 플라스틱 박스에 음식을 담아 주는 등 좀 더 인간과 환경을 생각해 나가고 있다.

※원문은 ‘경북PRIDE상품 지원센터 홈페이지(www.prideitem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남일보 - < 재> 경북도 경제진흥원 공동기획>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