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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대구 릴레이 기고 .3] 청년도시 대구

2017-02-27
[창조도시 대구 릴레이 기고 .3] 청년도시 대구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

“대구? 거기 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지 않나?” 외지인들은 흔히 대구를 두고 이런 이미지를 떠올린다. 현대 정치의 보수 인맥인 TK 세력 배출, 자동차부품·기계·섬유 등 지역경제를 견인해온 굴뚝 산업, 대구백화점·대구은행 등 강한 지역 브랜드 등이 어우러져 형성된 고정관념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한다면 대구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진짜 특징은 강력하고 건강한 청년 문화다. 대구는 보수적인 이미지와 달리 지역 맛집 문화를 선도하는 젊은 도시다. 맛집 가이드 ‘블루리본’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중심 상권인 중구와 수성구는 각각 64개, 31개의 맛집을 보유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시·군·구 맛집 순위 12위와 30위에 올라 있다.

대구는 또한 새로운 외식 트렌드의 발상지다. 이 도시가 수출한 대표적인 외식 상품 중 하나가 ‘치맥(치킨+맥주)’이다. 대구는 1970년대부터 양계장과 도계장이 많아 닭고기 소비가 높은 지역이었다. 이러한 치킨 가공 산업의 발달과 닭고기 소비 문화는 1980년대 이후 교촌치킨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배출하는 발판이 됐다.

1980년대 치킨 프랜차이즈의 뒤를 이어 최근에도 대구의 다양한 외식 브랜드가 전국 각지로 뻗어 나가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탈리안 음식점 서가앤쿡, 미즈컨테이너, 커피전문점 다빈치커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개성 있는 음식 외에도 두 명이 한 메뉴를 주문하는 ‘2인 메뉴’,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훈남 마케팅’, 포장 커피 위주의 매장 운영 등 독특한 영업 방식으로 전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얻었다.

대구는 어떻게 강한 청년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을까? 25개 대학의 27만 대학생 인구, 청년 창업 인력의 해외 유학 경험, 패션산업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 인프라 등을 꼽는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단일 도심 경제야말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대구는 대도시 중 유일하게 단핵 도심 체제를 유지한 도시다. 신도시 개발로 인해 중심지가 분산된 다른 도시와 달리 대구에서 ‘시내’는 동성로 한 곳을 의미한다. 이렇게 한 곳에 집중된 상권은 대규모 유동인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전통시장, 명품거리, 공구거리, 카페거리, 근대문화 등 다양한 도시 문화의 체험과 융합을 가능하게 한다. 외부로 수출한 지역 브랜드의 대부분이 동성로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은 단일 도심의 소상공인 집적이 창조적 청년 문화를 형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대구의 발전 과제는 명확해진다. 대중 교통망과 도보 접근성 확대로 도심과 부도심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도심 중심으로 친환경 생활을 추구하는 콤팩트 도시(Compact City)가 대구의 미래인 것이다. 대구가 콤팩트 도시를 구축한다면, 골목산업, 문화산업, 도시산업 등 도심을 기점으로 대구만의 색깔을 가진 다양한 지역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늘어나면서 도시와 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관건은 대구의 선택이다.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에 따라 근대적인 도시 발전 모델만을 고집한다면 산업도시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도심 문화, 지역 브랜드, 골목 상권 등 청년 세대가 개척하는 탈근대 자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대구는 청년 문화와 창업 중심의 창조 도시로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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