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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표류, 이전이냐 재건축이냐…3차례 용역 거치고도 10년째 결론 못내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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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두 달여를 앞둔 국비 신청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전경. <영남일보DB>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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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 누수·침하 등 노후 심각
반입한 농산물 하치장소 부족
신선도 유지시설은 아예 없어
도매시장 기능 급속하게 약화
他유통조직과의 경쟁력 상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은 2007년 처음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10년 동안 이전과 재건축 사이에서 사업방식조차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가 사업 추진에 지지부진한 사이 건물 노후화와 시장 기능 약화로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타당성 용역 의뢰 3차례나

1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농수산물도매시장은 2007년, 2013년, 2015년 등 총 세차례의 현대화사업 타당성 용역을 거쳤다.

2007년 당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지역 농수산물 유통구조의 개선 필요성, 거래실적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고 협소한 부지 등으로 현대화 사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여기에다 농수산물 유통 과정에서 법인을 생략하고 중도매인이 바로 시장도매인 역할을 하는 도매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업장 별도지역 분리, 진출입로 개설 등 시설 개선에 대한 논의가 급속하게 이뤄졌다.

그해 1억원을 들여 시행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수산물도매시장 활성화 1차 용역 결과에서는 현재 도매시장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북구 팔달지구가 이전지로 유력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예산과 도시개발계획 등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됐다.

흐지부지된 사업은 5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대구시가 2012년 8월 1억원의 예산을 들여 2차 용역에 착수한 것. 용역을 맡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3년 1월 현 부지에서의 리모델링보다 이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이전 후보지로는 북구 검단동, 북구 팔달동,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 등 4곳을 꼽았다. 이 중 북구 검단동이 축산물도매시장이 위치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북대구IC·팔공IC 등이 가까워 교통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당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두 번의 용역을 끝냈지만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반발과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대구시의 사업 추진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대구시는 2015년 1월 3억원을 들여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전) 타당성 및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또다시 의뢰했다.

3차 용역은 2차 용역 때 제시된 이전 후보지 4곳에 대한 평가 위주로 진행되는 듯 했으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를 내놓았다. 이전보다 현 부지에서의 확장 재건축이 더 사업성이 높다며 갑자기 방향이 틀어진 것.

대구시는 지난해 6월 3차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이전 후보지 4곳에 대한 교통·부지 환경 등을 검토한 결과 “이전을 위한 탁월한 후보지가 없으며, 새 후보지를 선정하는 것은 시간이 부족하고 추가 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라지구의 경우 대구도시공사 도시개발사업 추진 유보지역인 데다 추가 토지매입과 교량 개설이 필요하고, 팔달지구는 한국도로공사와의 고속도로 확장 협의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용역 결과는 또 ‘현 부지의 확장 재건축 방안도 추가로 검토한 결과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결과가 발표되자 이전을 요구해 온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졌고, 대구시는 유통종사자 간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친 뒤 사업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결국 9년간 5억원을 투입해 세 번의 용역을 거친 대구시의 도매시장 현대화 사업 추진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채 상인들의 의견대립만 격화시킨 꼴이 됐다.

◆사업비 확보 또 해 넘기나

농수산물도매시장 상인의 상당수는 이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부지를 활용해 재건축할 경우 건물별로 순환식 재건축을 할 가능성이 높아 사업 기간 동안 영업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높다는 것. 또 2천여명에 이르는 유통종사자들이 사업 기간 동안 장사할 대체부지를 확보해야 하고, 그에 따른 사업 기간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규홍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대구지회장은 “중도매인조합연합회에 등록된 상인 750여명 중 80% 이상이 이전을 원하고 있다”며 “2012년 2차 용역 발주 당시에도 대구시의 유통종사자 의견수렴 결과 대부분 이전을 희망하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말했다.

반면 재건축을 주장하는 상인들은 지역 상권을 새롭게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는 여론이 많이 몰리는 쪽으로 사업 추진을 강행할 수 있으나, 타 지역의 도매시장 이전 사례를 참고해 보다 신중하게 사업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경우 5천억원을 들여 새 시장을 지어놓고도 상인들의 의견 대립이 지속되면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비 신청기간이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대구시의 이같은 소극적인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비 공모사업 신청에는 상인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당초 대구시는 지난해 말까지 상인 간의 합의를 통해 현대화 사업방식을 결정 짓고, 올 3월 전까지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비공모사업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사업비 확보는 해를 넘기게 된다.

신상기 <사>대구농산물도매시장 상장예외품목 정산조합 회장은 “대구시는 1, 2차 용역 때 이전이 유리하다는 결과를 받고서도 사업 추진을 미뤄왔다”며 “국비 확보 기회를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매년 국비 신청을 받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다”며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신청을 할 경우 선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우선 시에서 내부적으로 정리를 하고, 최대한 농식품부의 충족요건을 맞추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노후·기능 약화…미룰 수 없어”

현대화 사업 논의가 장기간 표류하면서 상인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1988년 개설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부분 누수와 침하 현상 등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특히 상가 A동은 2013년 8월 10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낸 화재 이후 노후화가 가속되고 있어 현재 옥상 주차장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상인들은 이외에도 복잡한 시장 내 동선과 반입 농산물 하치장소 부족, 신선도 유지 시설 전무 등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경매장과 중도매인 잔품처리장이 겹치며 영업에 곤란을 겪는 데다 신선도 유지 시설이 부족해 품질 저하도 우려된다는 것. 또 도로가 협소해 출하차량과 소비자차량이 엉켜 민원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도매시장 기능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높다.

박 회장은 “오랜 기간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의식에 대한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대형마트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 시장 외부 유통조직과의 경쟁 체제를 상실했다”며 “도매시장 기능 약화로 주변 사설상권 형성과 농산물 불법유통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공간 포화와 안전성을 고려해봤을 때 현대화 사업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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