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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최재영 원장의 한의학 레터]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아들

2017-05-02

심한 감정 기복, 성호르몬 불균형 때문…경락 다스려 조절

20170502

퇴근한 후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는데 뭔가 냉랭한 분위기가 흐른다. 아내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들을 바라보며 얼굴에 짜증이 가득하고, 아들은 만사가 귀찮은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얼마 전부터 아내는 감정기복이 심해졌고, 열이 확 오른다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보니 짜증을 많이 내게 됐다. 갱년기가 시작된 것이다.


“갱년기 여성호르몬 건강 식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아
몸·마음 균형 바로잡는게 중요
육미지황탕·가미소요산 효과”

아들 역시 이제 덩치가 커지면서 슬슬 남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신체적 변화 때문인지 피곤해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문제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게임을 할 때는 눈이 초롱초롱한데, 숙제나 공부를 할 때만 유독 무기력하며 엄마의 잔소리가 있기 전에는 잘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엄마의 잔소리에 아예 답이 없거나 아니면 극단적인 말이나 행동을 보인다. 소위 사춘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엄마와 아들의 모습은 과거 냉전시대를 방불케 한다. 예민해져 있어서 대화도 잘되지 않고 서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쉽게 발끈하게 되는데, 거기에 양쪽 다 핵폭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상대를 상처 입히는 말이 그 핵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흥분해 극단적인 말을 퍼붓는 순간 핵폭탄 버튼이 눌러져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듯 가정의 평화는 사라지게 된다. 그걸 서로 알면서도 잘 풀리지가 않기에 더 힘들다. 이렇게 해결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엄마나 아들이나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해 감정조절이 힘들기 때문이다.

40대 후반부터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점차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폐경으로 이어지게 되고, 아이들은 10대 초중반부터 성호르몬이 늘어나며 아이의 모습을 벗어나 남성과 여성의 모습을 가지게 된다. 사실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아들의 모습은 성호르몬의 불균형에서 오는 닮은 형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성호르몬의 증가로 인한 청소년들과 달리 엄마의 경우 성호르몬의 감소는 노화증상이라 여러 제반적인 고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젊어지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는 것이니 그 노화에 따른 증상을 배제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비슷하다.

갱년기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여성이 여성호르몬을 어떻게든 섭취하기 위해 약을 먹거나 여성호르몬이 많이 함유된 건강식품을 찾게 된다. 이는 사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사춘기 아이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성호르몬을 억제시키지 못하듯 갱년기 역시 점점 줄어드는 호르몬을 어떻게 인위적으로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호르몬 부족으로 발생한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답인 셈이다.

갱년기 역시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끝에 ‘기(期)’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이는 사실 병이 아니라, 거쳐 지나가는 시기임을 말한다. 즉 큰 변화로 인해 불균형해진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절해야 되는 시기인 것이다.

우리 몸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항상 중심을 유지하고 있는데 갱년기는 여성으로서의 생리적 기능을 잃어 그 중심이 이탈되는 시기다. 한의학에서는 침자법과 한약으로 그 중심을 다시 바로 세워 적응할 수 있게 치료하는 것을 방향으로 삼는다. 인체에는 기능적 중심과 기질적 중심이 있는데, 그 중 기능적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흐르고 있는 것이 경락(經絡)이며 그 경락을 다스려 치우친 중심을 다스리는 것이 침의 궁극적인 목표가 된다.

약으로는 호르몬 부족은 음(陰)이 부족한 것에 들어가기에 음을 보하는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이나 한열(寒熱·오한과 발열)이 교차하는 증상을 다스리는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이 많은 효과를 낸다.

이런 의미에서 자가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는 갱년기뿐만 아니라 사춘기 청소년에게도 해당되는 방법이다. 3가지를 일단 3주 동안만이라도 지키면 여러 가지 불편함들이 꽤 해소될 수 있다.

첫째는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의 일정화로 일어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다. 둘째는 식사시간과 식사량의 일정화로 매번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을 아침, 점심, 저녁에 먹는다. 셋째로는 주 3회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의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긋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게 된다.

냉랭한 분위기에 눈치만 보고 있던 중에 기어이 아내가 아들에게 야단을 치니 아들은 엄마한테 삐딱한 태도로 대든다. 그러던 중 아내는 스스로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주저앉아 왜 도와주지 않는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는데 아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 40~50대 남성들은 아내의 갱년기와 아들의 사춘기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힘들어 한다. 요즘처럼 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에 가족과 함께 운동도 하고 맛난 식사를 즐기며 가족의 화목과 건강을 함께 챙기길 바란다. <최재영 한의원>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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