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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화요진단] 福不福 (복불복)

2017-05-02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부패권력의 가혹한 정치
대선투표 기권이야말로 養虎遺患의 근심걱정을 키우는 데 동조하는 것

[화요진단] 福不福 (복불복)

최장 열흘간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됐다. 이 기간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수가 무려 200만명이라고 한다. 한반도 해역엔 미국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 핵잠수함 미시간호가 무력시위 중인데도 김정은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위급한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의외다. 그나마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축은 국내여행으로 알차게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대한민국 어딜 가도 도로망이 거미줄처럼 잘 닦여있다. 자동차로 못갈 곳이 없을 정도다. 국토가 이렇게 좁은 데도 10~20리 떨어진 마을과 습속(習俗)이 매우 달랐다는 것에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민속학자들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호랑이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270㎏이 넘는 호랑이가 황소를 물고 담을 훌쩍 넘었다는 일화는 익히 들어왔다. 옆 마을로 이동할 때면 호환(虎患)이 두려워 무장한 장정들이 호위를 했으며, 조선시대 후기까지 호랑이사냥 부대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잘못된 정치를 지칭할 때 ‘정치인의 가렴주구(苛斂誅求)는 호랑이보다 더욱 무섭다’는 의미로 ‘가정맹호(苛政猛虎)’를 쓴다. 물론 중국 고사성어지만 우리네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안타까운 점은 현 정권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잘못된 정치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멍청한 대통령을 찍었다며 단지하겠다거나 길 가다 자신이 잘못해서 넘어져도 그 대통령 때문이라고 욕한 게 엊그게 같은데 가정맹호의 의미가 뼈저리게 다가온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19대 대통령 출마자들의 행태나 자질도 국민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차례 TV토론에서 봤듯이 정책 대결은 간 곳 없고 개그맨보다 못한 말장난만 난무한다. 지적 능력이나 국정 이해도조차 장학퀴즈 주장원대회 출전자 수준에도 못미친다. 저러고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는지 용기가 가상할 정도다. 한술 더 떠 대선투표가 종반에 이르자 유세장에서 “도둑놈XX들” “이놈들아”라는 막말을 거침없이 해댄다. 오는 7일(현지시각) 프랑스 대통령 결선투표를 앞둔 가운데 고만고만한 후보들에 실망한 나머지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모시자며 온라인 청원을 냈던 프랑스 국민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공자도 생전에 “지금까지 제 허물을 돌아보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다’라는 바이런의 말처럼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을 보고 미래를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후보들 가운데 마음에 썩 드는 인사는 없다. 오죽했으면 ‘차선’이나 ‘차차선’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조선시대 말 명성황후 시해라는 치욕을 당했고, 이어 나라를 잃었다. 광복 후 얄타협정으로 한반도가 두 동강이 났다. 과거 대한민국을 토끼몰이했던 열강들이 시대만 달리했을 뿐 지금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났다. ‘한국은 대대로 중국의 속국이었다’면서 우리를 고립시키는 미·중 2강은 물론, 러시아와 일본의 ‘코리아 패싱’이 그 실례다. 대통령 유고사태나 다름없는 6개월 동안 안팎으로 우리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장미대선이 7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 명운을 앞으로 5년간 짊어지는 것은 물론, 향후 국가토대를 닦을 역사적인 대통령을 뽑는 매우 중요한 선거다. “그까짓 것 복불복(福不福) 아닌가”라는 심정에 빠진 나머지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물론 지난 정부가 국민에게 베푼 것은 조기대선으로, 추위에서 떨지 않도록 해준 것뿐이다. 성에 못 미치는 대선후보들이지만 매의 눈으로 검증해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힘없는 민초(民草)들이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호랑이 새끼를 키웠더니 주인을 잡아 먹더라’라는 양호유환(養虎遺患)이라는 말이 있다. 딴짓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도 국민의 의무다. 기권이야말로 주인을 해치는 호랑이를 키우는 데 동조하는 것이다.

장용택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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