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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인공과 영웅

2017-05-15
[기고] 주인공과 영웅
김미정 연출평론가· 극단 구리거울 대표

경사건, 악재건 모든 상황과 사건의 중심에는 핵심 인물인 주인공이 있다. 주도적 인물인 만큼 주인공은 자신이 이룬 성취로 조명을 받는다. 판단을 잘못했거나 과오를 저지른 주인공에게는 비난과 멸시가 기다리고 있다.

연극에서 주인공은 그 성취로 인해 영웅으로 승격되지 않는다. 연극의 주인공인 프로타고니스트가 영웅이 되는 조건은 우리의 상식을 넘어선다. 영웅은 비극을 통해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비극’의 개념 또한 난해하다. 지혜와 용기, 그리고 전투력까지 갖춘 주인공이 사소한 결함이나 판단의 실수로 불행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되는 이야기는 슬프고 안타까운 드라마일 뿐 비극이 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은 주인공이 불행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구덩이에서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데서 완성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자신이 전락하게 된 근본을 인지하고서야 비로소 영웅이 된다”고 말했다. 뼈저린 뉘우침과 성찰을 통해 이르게 되는 이러한 자각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고백하고 그것을 책임지는 태도로 이어지고, 궁극에는 불행의 주인공이 비극적 승리를 거두기 때문이다.

지난 몇 개월 온 나라를 휩쓴 광풍의 주인공들이 지금 취하고 있는 태도를 보면 아직도 무엇이 잘못인지를 모르고 있는 듯하다. 사실 잘못은 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사회와 함께 사는 이웃에 대한 관심 없이 내 자식, 내 주머니만 다치지 않으면 흘러가는 대로 두었던 우리가 어떻게 저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겠는가. 따지고 보면 모두가 분별력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진실과 거짓, 충성과 맹목, 정의와 아집, 애국과 국수 등 이항대립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잡다한 정보의 홍수 속에 허우적거리다 맞게 된 결론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새 시대가 열린 마당에 진절머리 나는 문제를 다시 들추는 이유는 어둠이 도둑처럼 우리를 훔치려고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의 천국은 쉬이 건설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유토피아는 ‘아무데도 없는 곳’이란 뜻이지 않은가. 천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기다려주고 품어줄 때 천국에서 누릴 법한 평강과 행복이 우리의 영혼을 채우는 법이니 이제 차근차근, 그리고 꿋꿋이 걸어가는 일만 남았다.

숙부의 손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빼앗긴 청년 햄릿은 고민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것이 더 고귀한 행동인가?” 자신의 삶에 고귀함을 부여하려는 청년은 숙부의 또 다른 계략에 목숨을 잃지만 기어코 복수를 실행하고 자신의 조국에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고 죽는다. 우리도 슬픈 역사를 통해 그 원인을 각성하고 과오를 인정하며, 그 책임을 지고 빛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우리의 삶에 고귀함을 더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은 신념이요, 지향해야 할 것은 가치며, 키워야 할 것은 분별력이다. 그러면 우리 모두 영웅이 될 수 있다.
김미정 연출평론가· 극단 구리거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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