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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호모 디오게네스

2017-05-18

현생인류는 생각하는 인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에서 출발해 다양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호모 루덴스(놀이 인간), 호모 파베르(공작 인간) 등으로 진화하더니 급기야 디지털시대를 맞아 호모 디카쿠스(디지털카메라 인간), 호모 모빌리쿠스(모바일 인간)로 변신했다. 인류의 변신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그런데 현생인류의 진화와 변신은 좋은 쪽으로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에 나온 신인류는 ‘호모 스펙타쿠스(SPECtacus)’. 취업을 위한 자격증 등 스펙에 몰입하는 신인류다. 물론 학술적으로 검증받은 신인류는 아니다. 학부모와 중학교 교사들이 통제불능의 중 2학년생들을 지칭하던 ‘호모 중딩쿠스’와 마찬가지로 최근에 등장한 신조어이다.

호모 스펙타쿠스는 취업준비생들의 고단한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800점을 넘는 토익은 기본이고, 금융·보험·자산관리·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따며, 제2외국어 능력시험에도 공을 들인다. 10개가 넘는 스펙을 확보해도 불안해 계속해서 스펙에 집착한다. 하지만 스펙이 충분하고, 학점이 좋다고 해서 쉽게 취업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호모 스펙타쿠스는 취업난 시대의 불쌍한 신인류다.

이제 인공지능(AI)과 이를 장착한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인공지능·로봇·정보통신기술의 융합과 접목에 따른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뿐 아니라 인류가 종사하는 직업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조만간 일반인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직업들이 등장하고, 기존 직업 중 기계로 대체가능한 일들은 모두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신하게 되는 신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인류가 또 등장할지 흥미롭다.

요즘 부모들은 자녀에게 ‘디오게네스적인 인간이 되라’고 주문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원하는 것을 주겠노라고 일광욕 중인 그와 대면을 했지만 “햇볕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잘라 말한 그다. 자신의 햇볕을 지키고 즐길 줄 알았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 지금 젊은이들을 보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자신의 몫을 제대로 찾아먹는 이런 똑소리 나는 부류가 대다수다. 그 디오게네스적 인간인 ‘호모 디오게네스’도 인류의 차기 모델로 괜찮아 보인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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