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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토요인물 - 이 세계] 세아산업 창업자 이만갑 회장

2017-05-27

“다음 세대 위해…” 100억대 투자 조각수목원 조성

20170527
인생 마지막 작품으로 세아조각수목원을 조성하고 있는 이만갑 회장이 ‘미래를 향하여’란 주제의 어린이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난 그저 말 없는 돌과 나무, 그리고 꽃들이 좋을 뿐이다. 이제 저물어가는 해나 마찬가지지 않은가. 다음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그리고 가르침과 깨달음을 주고 싶었다.”

40여년간 중견기업을 이끌던 CEO의 풍모는 보이지 않았다. 강력한 카리스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꽃향기의 은은함과 푸른 소나무의 우직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자수성가한 사업가, 세아건설(현 세아산업) 창업자 이만갑 회장(86)의 얘기다.

그의 소년시절은 처절하게 가난했다. 비참한 현실이었지만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18세 때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집을 나서야 했고, 막노동판을 전전했다. 하지만 그는 겁이 없었다. 힘들수록 빛을 발하는 긍정적 에너지는 그만의 자산이었다.


“고향 칠곡 석적에 28일 개장
돌·나무·작품보며 온가족 힐링
세종대왕·이순신 동상에 애착
어린이들 호연지기 배웠으면
반계휴양림은 내년쯤 문 열어”



성실함과 뚝심은 그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됐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사장의 눈에 띄면서 그의 인생 역전은 시작됐다. 하도급업체를 맡아 닥치는 대로 일했다. 업계에서 신뢰가 쌓여가면서 수주액도 그만큼 불어났고, 이후 전국적으로 건설 붐이 일면서 탄탄가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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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그는 손사래부터 쳤다. 결코 신문에 나올 만한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다지 많은 기부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말은 그렇게 해도 지금까지 해 온 그의 노력은 결코 적지 않다. 30여년 전 3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칠곡군 석적읍 고향마을에 경로당을 지어 준 것을 비롯해 남몰래 기부한 금액까지 합치면 10여억원에 이른다.

그래도 돌아보니 아쉽고 부족한 게 많단다. 배부를 정도로 밥을 먹어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배고픈 것처럼 기부도 단순히 몇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긴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겐 기부가 삶의 일부분이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고향 칠곡군 석적읍 반계리에 마련해 둔 임야를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가꾸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남몰래 설계해 왔던 ‘세아조각수목원’이다. 이곳은 그에게 정신적 뿌리이자 흙 한 줌, 나무 하나하나가 소중한 마음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래서 천연림 그대로의 모습을 살렸다.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숭고한 터라 고개 숙여지는 심정으로 가꾸고 다듬기를 거듭했다.

물론 영리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자라나는 후세들을 생각한 사회 환원 차원에서다. “여기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돌은 늘 희생만 하고 나무는 늠름하게 커 가면서도 다른 존재를 해치지 않잖아.” 그는 조각수목원에 설치된 작품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줄 것이란 확신에 차 있었다. 자연 속 힐링 장소로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하며 즐길 수 있는 수목원으로 준비해 오면서 비석마다 교훈이 담긴 문구를 일일이 새겨 넣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도 매일 오후면 이곳에 들러 인부들과 함께 수목원을 손질하고 가꾸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기업 경영으로 터득한 경험과 성찰을 퍼즐 맞추듯 담아내기 위해서다.

그는 수목원 입구에 배치한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에 가장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어린이들이 위인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함께 호흡하며 대화를 하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배웠으면 하면 바람으로 가장 많은 정성을 들였다. 지금까지 수익 없이 투자한 금액은 땅값을 제외하고도 11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그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수목원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집라인과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시설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세아조각수목원은 28일 임시개장을 앞두고 있다. 숲속의 집과 체험교육관, 체육시설 등을 갖춘 ‘반계자연휴양림’은 내년 이맘때쯤 문을 연다. 칠곡군 석적읍 반계리 산28. 중앙고속도로 다부IC에서 왜관방향으로 산길을 넘어가다 보면 우측에 있다.

“우리는 배고픈 시대를 살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어른들이 자연에 감동하지 못하면 아이들도, 그리고 후손들은 더더욱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어. 자연을 벗삼아 흥밋거리와 함께 교훈적 의미를 담아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큰 꿈을 가졌으면 하는 게 내 마지막 바람이야. 기자 양반도 시간나면 애들 데리고 언제든지 놀러와.”

글·사진=칠곡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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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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