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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더불어 사는 삶

2017-05-29

“남을 도와 주고 나도 어려울 때 도움 요청하는 꽃같은 사람 돼야”
“도움 줄땐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진심 담아 즐거운 마음가짐 필요
도움 요청할 땐 강요해서는 안돼 친구가 요청 거절해도 이해해야”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더불어 사는 삶
일러스트=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지우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학용품 중의 하나로 자주 잃어버려 친구들에게 빌리곤 하는 학용품입니다. 교실에서 지우개를 빌리고 빌려주는 장면은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친구들이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할 때에 빌려주는 편인가요, 빌려주지 않는 편인가요? 또 지우개를 잃어버렸을 때에 친구들에게 지우개를 빌려달라고 말하는 편인가요, 빌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 편인가요? 아마 여러분들은 다음의 네 가지 유형 중 어느 한 가지에 속할 것입니다.

첫째는 빌려주지도 빌리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둘째는 빌려주지만, 빌리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셋째는 빌려주지는 않지만, 빌리기는 하는 사람입니다. 넷째는 빌려주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유형에 속합니까. 위에서 말한 지우개를 빌려주고 빌리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와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와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을까요. 네 가지 유형을 차례대로 살펴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바람직한 모습을 찾아보기 바랍니다.

첫째 유형은 빌려주지도 않고 빌리지도 않는 ‘섬’유형입니다. 섬 유형의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도움도 받지 않으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섬은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태양, 공기, 물 등이 없다면 섬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둘째 유형은 빌려주지만, 빌리지는 않는 ‘자물쇠’ 유형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준비도 되어 있고 즐겁게 도와주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내가 다른 사람을 도와주듯이 다른 사람도 기꺼이 나를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하거나,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다른 사람이 나의 요청을 거절할까봐 걱정이 되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기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유형은 빌려주지는 않지만 빌리기는 하는 ‘청소기’ 유형입니다. 청소기는 먼지와 쓰레기를 모두 빨아들이지만, 내보내지는 않습니다. 청소기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먼지와 쓰레기가 꽉 차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누군가가 먼지 통을 비워주지 않는다면 고장 나고 말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넷째 유형은 빌려주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는 ‘꽃’ 유형입니다. 꽃은 나비와 벌에게 꿀을 제공합니다. 나비와 벌이 원하는 것을 기꺼이 제공합니다. 그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 나비와 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의 도움을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꽃과 같이 살기를 바랍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도 하고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도움을 줄 때에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진심으로 즐겁게 도움을 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지우개를 빌려달라는 친구에게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지우개도 없냐면서 핀잔을 주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전에 도와주었으니 너도 반드시 나를 도와주어야 해”라는 생각으로 도움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금 친구가 처한 상황은 나와 같지 않고, 친구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친구가 나의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말한 서로 간의 도움은 불법적인 청탁이나 정의롭지 못한 요구가 아니라는 전제를 하고 있습니다. 불법적인 청탁이나 정의롭지 못한 요구를 할 때에는 당연히 거부해야 할 것이며, 나 또한 친구에게 불법적인 청탁이나 정의롭지 못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상부상조하는 삶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지켜나가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김장수<대구 진천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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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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