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70608.010310819430001

영남일보TV

[영남타워] 아트 부산과 대구 미술

2017-06-08
[영남타워] 아트 부산과 대구 미술
조진범 문화부장

최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트 부산’에 다녀왔다. 아트 부산은 국내에서 서울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술장터이다. 2012년부터 시작됐는데, 부산시의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올해 아트 부산에는 16개국에서 170여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대구에서도 10여개의 갤러리가 부스를 마련했다. 아트 부산의 꿈은 야무지다. 세계 최대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에 버금가는 미술장터로 키우겠다고 벼른다. 아트 부산 전시장에서 공공연히 나온 소리다. 대구의 화랑계는 아트 부산의 규모에 부러움을 표시하면서도 내심 코웃음을 친다. 아트 부산의 큰소리에 허세가 많이 섞였다며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구 화랑계의 태도는 ‘자존심’에서 비롯됐다. 한국 현대미술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대구 미술이 부산에 밀린 듯한 인상이 못마땅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부산을 애써 무시한다. 일부 화랑은 “실속은 대구 아트 페어가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 화랑들의 인식을 엿보면서 약간 걱정이 됐다. 대구 미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나중에도 그럴까’라는 의문이 남았다. 통영이 좋은 예이다. 한때 통영은 예술가를 많이 배출했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를 비롯해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등 뛰어난 예술가들이 통영 출신이다. 지금은 아니다. 아니, 통영뿐 아니다. 서울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이 대부분 그렇다. 통영에서 예술가들이 많이 배출된 이유는 항구도시로서 돈이 돌았기 때문이란다. TV예능프로그램인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통해 통영 사람들이 실제 말했던 내용이다.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도시에 사람이 10배 늘어나면, 그 도시의 창의성, 예를 들어 예술작품 및 기업의 특허 같은 것들이 17배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예술가들이 몰려들고 돈이 돈다면 좋은 예술가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구 화랑이 ‘덩치만 크다’며 아트 부산을 무시할 일이 아니다. 통영의 사례에서 유추해 본다면 규모면에서 앞서고 돈이 도는 아트 부산이 실속까지 대구 아트 페어를 능가할 수 있다. 대구 화랑계는 진정으로 대구 미술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파이’를 키우는 것은 당연하다. 대구 미술이 발전하려면 결국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 좋은 작품은 좋은 작가들로부터 나온다. 대구 화랑들은 ‘지금’ 잘 팔리는 작품뿐 아니라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대구의 젊은 작가들이 쑥쑥 성장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터’ 역할도 해야 한다. 화랑의 역할에 대한 고민들이 확산된다면 대구 미술뿐 아니라 대구 문화 전체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려는 의도에서 갤러리를 오픈하는 예술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구 남구 고미술거리에 위치한 ‘우후아 갤러리’와 조만간 문을 여는 ‘김결수 갤러리’가 역량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갤러리를 운영하며 생활도 해야 하지만, 화랑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또 하나, 좋은 일이 있을 때 ‘화끈하게’ 밀어주는 문화도 필요하다. 대구 미술의 저력은 상당하다. 최근 대구·경북 출신 작가 3명이 세계 최고 권위의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초대받기도 했다. 김완, 심향, 손파 작가가 초대를 받았다. 안타까운 것은 정작 대구에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 있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대구 미술의 명예를 높인 작품들을 왜 무시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분권에는 문화분권도 포함된다. 대구 미술도 문화분권의 중요한 축이다. 문화분권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팔딱팔딱 뛰는, 활기 넘치는 지역 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아트 부산을 계기로 대구 미술계가 좀 더 활발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자존심은, 말로 세우는 게 아니다.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