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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태종우

2017-06-19

태조 이성계는 즉위 3년 만에 큰 가뭄을 만난다. 이에 종묘와 사직에 기우제를 지냈다(1394년 5월6일). 3일 후에는 절과 신사(神祠)에서 비가 오기를 빌었다. 조선조 최초의 기우제다.

태종 때는 가뭄이 더 심했던 것 같다. 그의 말년에 비가 내리지 않아 논밭의 곡식과 채소들이 말라 죽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형제들을 제압하고 왕위에 올라 조선의 왕권을 강화한 태종이지만 세월이 흘러 늙고 병든 후에는 백성들을 걱정하는 한낱 노인일 뿐이었다. 그는 죽음이 가까워질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자 아들 세종에게 유언을 남긴다. “가뭄이 이처럼 심하니 내가 죽어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옥황상제께 부탁하여 비를 내리게 하겠다.” 얼마 후 태종이 승하하자 맑은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다. 음력 5월10일이다. 백성들은 이 비가 태종이 죽어서 옥황상제에게 간절히 부탁해 내리게 된 비라 하여 태종우(太宗雨)라 불렀다. 이후에도 태종의 기일에는 비가 내렸으며 백성들은 이 비를 태종우라며 기뻐하고 태종에게 고마워했다고 전한다.

심한 가뭄에 농촌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조금씩 흐르던 냇물은 며칠 사이에 말라붙었다. 물의 흐름이 끊기고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물이 고인 곳에서는 물고기들이 녹조로 덮인 수면으로 주둥이를 내밀고 가뿐 숨을 몰아쉰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던 새들이 산소 부족에 허덕이는 물고기를 잡으려 모여든다. 얕은 물에서 물고기를 쉽게 쪼아 먹는 새들도 이런 가뭄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식량난에 봉착할 것이다.

기상청은 비 소식은 전하지 않고 폭염특보만 연신 발령하고 있다. 밭작물은 타들어가고 수리시설이 불안한 논에서는 벼가 위조증(萎凋症)을 보이고 있다. 높은 지대에 있는 논에는 양수기를 계단식으로 배치해 물을 끌어 올리는 2단·3단양수를 시도해보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파 놓은 지 오래된 관정은 지하수 수위가 낮아진 데다 새로 등장한 관정에 밀려 물을 뿜어 올리지 못해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가뭄이 더 지속된다면 같은 마을 주민 사이에 물싸움이라도 벌어질 판이다.

올해 음력 5월10일은 지난 4일이었다. 날짜는 많이 지났지만 태종우를 내려 달라고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하수 중부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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