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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시론] 인사 5원칙

2017-06-21
[영남시론] 인사 5원칙

새 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이 인사 5원칙일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런데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중 인사 5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정부 구성은 계속 지연되는 반면, 할 일은 시급하고 많다는 데서 과연 인사 5원칙의 엄격한 적용이 타당하냐는 문제로 논점이 바뀌어 버렸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인사 5원칙을 내세운 것은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정부를 구성하여 역대 정권 말미에 제기되었던 도덕성 문제가 문재인정부에서는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다른 것임이 금방 드러났다. 세속과 떨어져 고고하게 지낸 성직자가 아닌 이상 고의든 순간의 실수든 적어도 50년 이상 사회생활을 하면서 잘못을 범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장관 후보자의 잘못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자신은 아무런 잘못없이 살아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처럼 집에 대한 소유욕이 강하고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큰 사회에서 위장 전입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행해져왔다. 그리고 조직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싫어도 회식자리에서 술 한 잔 하게 되고 순간적인 방심으로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보통 사람도 그런 잘못을 하면 비난받아야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문제로 그친다.

그러나 국가의 지도자가 된다는 사람에 대한 기준은 달라야 한다. 대통령은 검증을 철저히 하여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쓰려고 하지 말고, 더 중요한 것은 요청을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을 뒤돌아보고 그러한 잘못이 있으면 ‘나는 흠결이 있는 사람이니 자격이 없다’며 점잖게 그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이전의 칼럼에서 몇 번 언급하였지만 이것도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하나다. 장관 자리가 탐나더라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못한 사람으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그 자리를 맡는 것이 맞다고 자신을 낮추는 것도 바로 명예의 표현이다. 흠이 있고 욕을 먹더라도 일국의 장관이 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천민자본주의의 한 예라고 할 것이다.

혹자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과거의 사소한 실수로 큰 일을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실수가 어느 정도의 크기인가, 또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범한 것인가 아니면 사적(私的)인 이익을 위하여 범한 것인가라는 것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만일 사적인 이익의 도모에서 비롯되었다면 그것을 용서하고 장관에 앉히면 그가 장관 자리를 이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 사소한 범법행위도 준법의식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러한 사람은 조금만 유혹이 있으면 좀 더 큰 범법행위를 죄의식 없이 할 수 있다. 필부의 이러한 잘못은 그 사람의 패가망신으로 그치지만 장관 자리에 오른 사람이 한 잘못은 심각한 경우 국가적으로 재앙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실례를 멀리 볼 필요 없이 박근혜 정권을 보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처음 일반인인 최순실에게 연설문의 일부 수정을 맡기는 것에 별다른 죄의식이 없었을 것이고 그런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최순실의 비정상적인 국정개입이 일상화되어 결국 정권까지 무너지게 되었다.

그리고 능력이라는 것도 어떤 객관적인 잣대가 있다기보다는 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필자의 사법연수원 동기 중 연수원 성적은 뛰어나지 않았으나 법관 임용 후 절차탁마하여 우수한 법관이 된 사람을 종종 보았다. 사람의 능력은 자리에 오를 때까지도 중요하지만 자리에 오른 후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오히려 능력 있다고 칭찬받던 사람이 자리에 오른 후 오만하기 쉽고 이렇게 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마지막으로 5원칙을 수정하겠다는 청와대 측의 변명은 옳지 않다고 본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 세운 원칙을 무너뜨리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 것인지 심히 걱정이 된다. 원칙을 세웠으면 그것이 손해가 되더라도 눈물을 삼키면서 지킬 때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상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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