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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온난화의 역습

2017-06-27

며칠 전 한 텔레비전이 포항 앞바다에서 발견된 투명한 해양 생명체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안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몸체가 투명하고 머리 부분에는 2개의 검은색 눈도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낯선 생물은 물고기가 아니라 따뜻한 아열대나 열대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이족류라는 연체동물이었다. 10여일 전에는 대구 동구 효목동 한 주택에서 열대 과일인 바나나가 열려 인터넷과 SNS를 달궜다. 심어놓은 바나나 나무에 열매가 달렸다는 소식은 포항과 광주에서도 연이어 전해졌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바야흐로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에 본격 진입한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한동안 설왕설래가 있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유난히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폭도 크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1911~2010년) 국내 대도시 평균 기온은 무려 1.8℃나 올라 세계 평균 0.75℃보다 상승 폭이 훨씬 컸다. 최근 10년(2001~2010년)에만 0.5℃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2100년 우리나라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5.7℃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202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 남부 전체, 2070년에는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기후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반도가 점차 아열대로 진입하면서 인간의 일상은 물론 식물 북방한계선 북상, 바다 어종 교체, 외래 병해충 유입 등 생태계와 환경에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북이 주산지인 사과는 재배지가 강원도 양구·철원, 경기도 파주·포천까지 올라갔다. 제주도 구상나무가 멸종위기에 처한 데 이어 ‘민족의 나무’ 소나무도 100년 뒤에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온도 역시 1968년 이후 1.11℃ 상승해 같은 기간 전 세계 상승 폭의 2.5배를 넘었다. 당연히 명태 등 한류성 어종은 자취를 감췄고 아열대 어종이 그 자리를 채웠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폭염과 가뭄·한파 등 기상이변뿐만 아니라 전염병 확산, 해수면 상승, 농업지형 변화 등으로 엄청난 재앙을 부른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선제적 대응책이 시급하다. 지금부터라도 정확한 진단·예측시스템 구축, 전문가 육성, 농업분야 품종 개발 등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역습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독거노인·어린이 등 취약계층과 에너지 빈곤층이다. 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지원도 있어야 하겠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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