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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명사의 에너지 충전소] 이미경 이경외과 원장

2017-07-21

“꿈에 아버지가 알려준 암자…9년째 마음공부·체력단련 도량”

20170721
경남 양산 통도사 말사인 백운암의 경내를 걷고 있는 이미경 이경외과 원장. 그는 이 암자에서 하루이틀 쉬면서 도심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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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원장(오른쪽)이 백운암 태봉 주지스님과 포즈를 취한 모습.

늘 바쁜 줄은 알았지만 ‘명사의 에너지충전소’를 위한 인터뷰를 하면서 이미경 이경외과 원장(56)이 얼마나 바쁜지를 실감했다. 1시간 정도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인터뷰 일정을 잡았는데 만나기 1시간 전쯤 급하게 전화가 왔다. “환자가 너무 많이 밀려 인터뷰가 힘들 듯합니다.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이 많아 점심 먹을 시간이 없으니 죄송함을 무릅쓰고 전화드립니다”라고. 전화를 받고는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이 원장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수긍이 갔다.

그래서 다시 스케줄을 잡은 인터뷰는 그 날 진료를 마치고 나자마자 병원 안에 있는 그만의 휴게공간에서 진행됐다. 정신없이 환자를 보다 보면 점심 먹을 시간은 물론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많이 피곤한 날은 진료를 마친 뒤 이곳에서 한두시간 쉬면서 ‘멍 때리기’를 한다고 한다.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 교수는 저서 ‘멍 때려라!’라는 책에서 “멍 때리는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두뇌를 깨우고 명쾌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신 교수의 말을 잘 실행하고 있다. 몸의 이완운동이 스트레칭이라면, 정신의 이완운동은 멍 때리기다. 이것은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것’이다. 멍 때리는 동안 뇌는 휴식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멍 때리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이 원장처럼 늘 시간에 쫓기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의대에 입학한 뒤에는 공부에, 병원을 개업한 뒤에는 진료에 바빠서 30여년째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10년 전쯤부터는 일상생활 속에서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즉 멍 때릴 수 있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30여년째 공부·진료로 쉴틈없는 일상
짬짬이 병원 안서 ‘멍’ 때리며 재충전
2008년 통도사 백운암 알고 달라진 삶

대구서 차로 2시간여…40분 산행까지
매달 한두번 묵으며 절대 휴식의 시간
올바른 진료 위한 건강한 심신의 원천


“제 말이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10년 전쯤 경남 통도사 말사인 백운암에 가면서부터 서서히 변했습니다. 불자이기 때문에 전국의 많은 절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2008년 저와 제일 친한 언니의 꿈에 제 아버지가 나타나 절 하나를 가르쳐주시면서 가보라고 해 그 언니와 같이 그 절을 찾아다녔지요. 그게 바로 통도사에서 20분쯤 차를 타고 올라가서 다시 40분 정도 걸어가 마주한 백운암이었습니다.”

그는 그 절에 다니고 나서 마음공부가 많이 됐다고 했다. 백운암은 원효대사, 경허스님 등 많은 고승이 기도하고 득도한 절이지만 규모는 작고 소박하다. 그 절에 갔을 때 마음이 평화로워졌고 몸에서 에너지가 솟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달에 1~2번씩 찾아 하룻밤 묵으면서 기도하고 스님의 가르침도 받는다.

“가는 데 2시간 넘게 걸리니 저처럼 바쁜 사람이 오고 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요. 하지만 그곳에 가면 도로에 허비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오게 돼 발걸음이 저절로 그곳을 향했습니다.”

그는 백운암이 가진 좋은 기운도 있지만 절이 해발 750m에 자리해 공기가 너무 좋다는 말도 곁들였다. “일반적으로 해발 700~750m에 활엽수가 가장 잘 자라기 때문에 이곳의 공기가 참 좋습니다. 절 자체의 좋은 기운과 숲이 주는 맑은 공기가 합쳐져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확 날려버려주지요.”

그래서 쉽지 않은 그 길을 기자도 동행했다. 취재의 목적도 있었지만 그런 좋은 에너지를 직접 느끼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그의 말처럼 2시간여를 그냥 허비한 것은 아니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터라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땀이 비 오듯 했지만 백운암에 도착하자 산의 서늘한 바람과 맑은 기운이 그간의 힘겨움을 단박에 사라지게 했다. 저녁공양 후 통도사가 자리한 양산시의 화려한 밤풍경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데서 태봉 주지 스님이 들려주는 좋은 말씀은 세속의 탁한 기운을 말끔히 씻어줬다.

이 원장은 “백운암이 밤에 주는 또다른 선물은 양산시를 내려다보는 것”이라며 “새까만 밤하늘에 울긋불긋 화려한 보석을 박아놓은 듯한 야경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한자리에서 보는 듯하다”고 했다.

이 원장이 이처럼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을 찾는 것은 의사의 건강이 좋은 진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마음부터 다스려야 합니다. 맑은 마음에서 바른 진찰과 치료가 가능하니까요. 정신은 물론 육체의 건강이 최고 좋은 상태에서 진료를 해야 의사도 여유가 생기고 여기서 환자를 위로해주는 배려도 나오게 됩니다. 의사의 세심한 말을 통해 환자는 믿음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가까운 절을 두고 백운암까지 가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남편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는 차를 타고 가면서, 또 차에서 내려 결코 짧지 않은 산길을 걸으면서 마음 공부를 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기회도 가진다고 했다.

절에서 듣는 주지 스님의 좋은 말씀도 마음의 큰 양식이 된다. “제가 처음 절을 찾았을 때부터 태봉 스님이 계셨는데 갈 때마다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그는 이 절을 다니고 나서 삶을 바라보고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고 했다. “주지 스님이 늘 강조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자만심을 버려라, 초심으로 돌아가라, 베푸는 삶을 살아라. 수없이 들은 이 말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스스로 낮추는 자세를 배우고 비우는 삶의 중요성을 깨달았지요. 그러니 세상을 보는 시선이 훨씬 따뜻해지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인터뷰에서 이해가 잘 안되었던 것이 이 원장과 결코 쉽지 않은 여행길을 함께해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힐링의 참의미를 알게 한 취재였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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