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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연극인이 처한 현실

2017-07-26
20170726

얼마 전 영화 오디션이 있어 서울에 간 김에 후배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모두들 ‘살아가기 힘들다’ ‘하루하루 불안하다’ 이런 말보다 ‘어떤 작품이 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어떤 곳에 오디션이 떴더라’라는 말들을 더욱 많이 한다. 사실 그들이 처한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다. 작품 활동을 통한 수익이 말도 안 되니까, 작품이 없을 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놓는다.

TV 프로그램에서 간혹 연극을 했던 배우들이 말한다. 대학로에서 연극할 때 되게 힘들었다고, 연봉이 100만원도 안 됐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이 얘기를 듣고, 과거의 연극 현실을 얘기하는 걸로 착각한다. 지금 현재 연극인들이 처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한 예로 최근 대학로에서 꽤 알려진 작품을 공연했던 후배는 2개월 동안 연습하고 2주 동안 공연해서 그 사례비로 단돈 5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런 터무니없는 보수에도 오히려 유명한 연출 선생님과 이름 있는 배우 선배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기성 공연제작자나 연극인들을 탓할 수도 없다. 그들의 주머니 사정도 젊은 연극인들에 비해 낫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이 대량생산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 구조상 많은 관객들이 찾아도 제작비의 본전을 찾는 것조차 힘들다. 그러한 사정을 아는 분들이기에 단순히 연습 때 식사가 제공된다는 것에 굉장히 감사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일반인들과 가상의 공연 예산과 제작일정을 짜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공연 제작 환경이 사회 현실에 비해 정말 터무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얘기로는 아르바이트만큼의 보수도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삶의 에너지 전반을 연습과 공연에 쏟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내년부터 최저 임금이 7천530원으로 오른다고 하지만, 연극인들에게는 아주 먼 얘기다. 연습을 포함해 공연에 임하게 되는 과정까지 시간을 따져 보면 임금에 비할 수 없는 굉장한 노동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단 한 사람도 없다.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나를 아껴주던 선배님께서 내게 해준 말씀이다. 나 또한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젊은 연극인들 또한 저 한마디에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승리를 위해서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연극인들이 버티는 것을 넘어서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도전하고 직접적으로 제작에 나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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