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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Y인터뷰] 영화 감독 김현정

2017-08-12

‘미쟝센단편영화제’5년만에 심사위원 만장일치 大賞…“어릴적 내 이야기 통했죠”

20170812
지난달 5일 막을 내린 제16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대구 출신 김현정 감독. 김 감독은 “영화는 나에게 아팠던 경험, 답답했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라며 “앞으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올 들어 유독 대구 영화계에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자주 들려왔다. 지난 4~5월 열린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제34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 대구 출신이거나 대구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이 만든 5편의 영화가 경쟁 부문에 올랐다. 김용삼 감독의 ‘혜영’,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 효과’, 김현정 감독의 ‘나만 없는 집’은 각종 상을 받기도 했다. ‘가뭄에 단비’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부산과 비교했을 때 영화에 대한 이슈가 많지 않고, 대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겠다던 영화사 대표가 투자자를 모집한 후 잠적한 사건 등 영화에 대한 아픈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현정 감독(32)의 ‘나만 없는 집’은 영화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관객이 뽑은 영화’로 주목을 받은 데다 지난달 5일 막을 내린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5년 만에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영화제는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할 경우에만 대상을 선정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이전 대상 수상자로 심사에 참여한 엄태화 감독은 “이 영화를 심사하면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정도가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눈에서 하트가 나왔을 정도”라고 호평했다. 뿐만 아니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고, 주연 배우 김민서는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 부문을 수상했다. 지난달 31일 대구의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에서 김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나만 없는 집’은 제18회 대구단편영화제 기간 중인 12·15일 이 극장에서 상영된다.

컴퓨터공학을전공하고 1년 정도 직장생활
글쓰는 게 좋아 시나리오 쓰다가 영화 시작

김감독 ‘나만없는 집’각종 단편영화제 주목
1998년 배경…언니에게 치이는 둘째 그려
“재개발아파트·걸스카우트단복·비디오가게…
과거 떠올리며 소품 등 설정, 옛 분위기 담아”

“지금 속한 30∼40代 여성의 이야기도 구상”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5년 만에 선정된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렇게 큰 상은 처음이어서 어리둥절했다. 일단 영화를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내 얘기가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를 하는 것에 대해 불확실한 마음도 컸는데 조금 더 이 작업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영화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직장 생활을 26세 때부터 1년 정도 하다가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해 나왔다. 어릴 때 좋아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만 쓰려고 했는데, 4~5년 전쯤 대구의 온오프라인 영화 동호회 ‘판’에서 영화 스태프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고 참여하면서 재미를 느꼈고, 연출까지 하게 됐다. 이후에는 워크숍이나 지인을 통해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2015년 발표한 ‘은하비디오’는 제작 지원을 받아 발표한 첫 영화이고, ‘나만 없는 집’은 두 번째다.”

▶혼자 영화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구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하는 영화 관련 강의를 들었다. 일주일에 1회 또는 4~5회 정도 하는 수업이나 일주일 단위로 하는 수업 등 단기간에 하는 수업을 많이 찾아 들으려고 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게 있긴 했지만,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생기니까 재미를 느꼈다. 글 쓰는 건 좋아했지만 연출, 연기, 편집기술은 너무 모르고 경험도 없었다. 뭐든 궁금해 하고 공부하러 다녔던 것이 동력이 된 것 같다.”

▶글쓰기가 좋아서 영화를 시작했는데, 원래부터 영화를 좋아했나.

“어렸을 때는 에반게리온 등 애니메이션, 만화를 좋아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다보니 ‘나만 없는 집’의 세영이처럼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많아서 늘 혼자 놀거리를 찾아다녔다. 만화책을 보다가 컴퓨터가 생기고부터는 애니메이션을 내려받아 보고, 게임도 많이 했다. 약간 ‘오타쿠’스러웠다.(웃음)”

▶영화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자기 치유적인 게 있는 것 같다. 아팠던 경험, 현재 답답한 마음을 한번 이해해보고 싶고, 해소해보고 싶어 영화라는 작업을 하는 것 같다. 해소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 정도는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그때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단이 ‘나만 없는 집’에 왜 만장일치를 보냈다고 생각하는가.

“안 그래도 상을 받고 많이 생각해봤다. 평범한 서사일 수 있는데 공감대 형성, 감정을 건드린 게 컸던 것 같다. 가족 내에서 느낄 법한 그런 것들을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시나리오를 썼고, 감정이입을 한 상태에서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은 언니에게 치이는 둘째다. 왜 ‘둘째’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가.

“내가 둘째였기 때문에 둘째는 첫째에 비해 늘 밀려난 느낌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영화에서도 보면 주인공 세영이만 집에 있는데 스스로 존재감 없는 인물로 느끼기 때문에 제목도 그렇게 지었다. 실제 언니와의 대화에서 과거에 내가 많이 경험했던 것들을 담았다. 전체적인 상황에서 비슷했던 건 학교에서 걸스카우트 가입 신청서를 받고 엄마가 아닌 세영이가 혼자 사인을 하는 장면인데, 이건 실제 내가 겪었던 일이다.”

▶주인공을 포함해 아역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제작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오디션 할 때는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은 배우들이어서 다양한 질문을 많이 했다. 주인공 세영이를 연기한 배우는 서울 출신이어서 사투리를 따로 가르쳤다. 이해도나 몰입하는 데 성인 배우 못지않았다. 다만 아직 훈련이 되지 않아 연기를 잘할 때와 못할 때 차이가 있긴 했다. 근데 칭찬만 적어주셔도 될 것 같다(웃음). 연습을 하면서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좀 더 괜찮은 대사가 없을까 고민해서 현장에서 적용시키기도 했다.”

▶1998년이 배경인데, 정말 그 당시 분위기가 잘 살아있다.

“내가 그때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과거를 떠올리면서 장소, 소품을 설정했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건 인터넷에서 조사해 참고했다. 영화에 나오는 걸스카우트 단복은 지금은 녹색인데 그 당시는 갈색이어서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대구 걸스카우트연맹을 통해 보관해놓은 그 당시 단복을 빌려 샘플을 만들어 옷을 제작했다. 가구와 장난감, 군것질거리와 같은 소품은 온·오프라인을 다니면서 구했다. 세영이가 사는 아파트는 대구를 돌아다니면서 촬영할 만한 장소를 물색했다. 우연히 동네 근처를 지나다가 이 아파트를 발견했고, 재개발로 곧 없어지는 곳이라고 해서 단기로 빌렸다. 영화에서 방 한 칸이 아닌 아파트 전체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조금 구하기가 어려웠다.”

▶비디오 대여점이 배경인 ‘은하비디오’도 그렇고, 영화에 과거의 감성이 느껴지는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작품을 쓰려면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내 과거를 떠올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우연의 일치였을 뿐 과거의 모습들을 담으려고 한 의도는 없었다. 실제 ‘은하비디오’는 과거 영화에는 많이 나오는 장소였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는 생각에 장소를 먼저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끌어온 사례였다.”

▶대구에서 영화를 만드는 데 어려움은 없나.

“현실적으로는 더 좋은 부분이 많다. 영화 배경으로 사투리나 분위기가 서울에 비해 흥미로운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선 많은 장소가 영화 촬영지로 쓰여 거부감이 많은데, 대구는 장소 섭외를 하면 호기심이나 흥미로 받아주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반면 배우나 장비 측면에선 서울이 더 유리하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당장 구상하고 있는 장편 영화도 중년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속한 30~40대에 대한 이야기도 담아보고 싶다. 여성의 사회에서의 위치 등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더 관심있게 보게 된다. 여성 중에서도 ‘여성스럽다’라는 말에 반대되는 인물, 약자들이 겪는 사회적 차별, 집단에서 소외된 인물들에 관심이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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