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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쏙쏙 인성쑥쑥] 꼴 베고 나무하는 사람에게도 묻는다(詢于芻)

2017-08-21
20170821

무더위를 피해 청송 진보에 있는 ‘객주문학관’에 갔습니다. ‘객주(客主)’는 작가 김주영이 서울신문에 연재한 장돌뱅이를 소재로 한 대하소설입니다. 객주의 주인공 천봉삼은 보부상입니다. 서민이면서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로 의협심이 강하고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작가는 객주를 연재하면서 한 달에 20일은 장터를 다녔고 여인숙에 묵어가면서 원고를 썼다고 합니다.

김주영은 어릴 적 지독한 가난 때문에 장터를 돌아다니는 장돌뱅이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를 결석하는 횟수가 잦았고 선생님께는 “배가 아파서 결석했습니다”하고 거짓말을 했답니다. 그런데 진짜 배가 아파서 학교에 결석한 날에는 선생님께 매를 맞았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도 김주영은 ‘인생은 모순’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듯합니다.

몇 년 전 김주영은 ‘잘 가요 엄마’라는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어머니와 내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어머니는 나로 하여금 도떼기시장 같은 세상을 방황하게 하였으며, 쉴 새 없이 닥치는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작가의 마음고생을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주역에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히 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되면 ‘자천우지(自天祐之)한다’하였습니다. 즉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게 된다’는 뜻입니다. 세상이 길하면 이롭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아마 작가 김주영의 문학적 삶이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객주문학관에서 그리 멀지않은 영양 ‘두들 마을’에 갔습니다. 작가 이문열의 광산문학연구소 들어가는 솟을 대문엔 ‘광산문우(匡山文宇)’라는 현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글은 영덕 인량(나라골)에 사는 삼보컴퓨터로 유명한 종손 이용태가 썼습니다. 필자의 초임지도 인량초등학교입니다.

두들 마을은 인조 때 석계 이시명 선생이 병자호란을 피해 영덕 나라골에서 이곳으로 옮겨 살게 되면서 재령이씨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광산문우’에는 작가 이문열이 가족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문열은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여름 한복을 챙겨 입고 나와서는 사랑채 문들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그리고는 마주보며 큰 절을 하였습니다. 온화함과 겸손함을 느낄 수 있는 양반의 풍모가 그대로 배어 나왔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87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입니다. 그 글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바르게 살자’고 강조하던 기억이 새로워 작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광산문우를 나서니 두들에 소가 잘 먹는다는 꼴풀이 유난히 반짝였습니다. 시경에 ‘순우추요(詢于芻)’라는 말이 있습니다. ‘꼴 베고 나무하는 사람에게도 묻는다’는 뜻입니다. 2만권 넘는 책을 소장한 작가 이문열은 그 책을 2만권의 스승이라 말합니다. 하찮은 책도 읽는다니 ‘순우추요’의 본보기입니다. 형제처럼 ‘서로 조화됨을 이룬다’는 말에 여훈여지(如壎如)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향을 지척에 두고 있는 김주영과 이문열을 말하는 듯 합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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