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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물망초와 벌초

2017-09-18

매년 초여름이면 하늘빛 슬픈 꽃이 핀다. 수많은 문학 작품과 노랫말에 등장했던 물망초 꽃이다. 물망초는 잎이 짧고 부드러우며 하늘색 또는 연보라색의 작은 꽃을 피운다.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뜻을 가진 물망초의 꽃말은 독일의 전설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옛날 루돌프라는 젊은 기사와 벨타라는 젊은 처녀가 있었다. 둘은 무지무지 사랑하는 사이였다. 어느 날 두 사람은 다뉴브강을 거닐다가 강 건너편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연보라 꽃들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꽃을 갖고 싶어하는 연인의 마음을 눈치챈 루돌프는 꽃을 선물하기 위해 용감하게 강으로 뛰어들었다. 예쁜 꽃을 한 움큼 손에 쥔 루돌프는 헤엄을 치면서 건너오다가 물에 휩쓸리고 말았다. 루돌프는 물에 떠내려 가는 마지막 순간에 손에 쥐고 있던 꽃을 강가에 내던지며 외쳤다. ‘나를 잊지 말아요’라고….

물망초가 가진 전설을 알게 된 독일 젊은이들은 다뉴브강을 거닐 때마다 연인을 위해 가엾이 죽은 루돌프를 생각하며 그 꽃을 떠올린다고 한다. 수많은 문학 작품과 노래의 소재에 물망초가 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추석을 2주가량 앞두고 이산 저산에 벌초를 할 때 발생하는 기계음 소리가 가득하다. 예부터 벌초는 묘지의 풀을 깎는 제초 작업을 떠나 ‘조상에 대한 공경심’으로 표현됐다. 조상에게 예의를 갖추면 후손들이 건강하고 화목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믿는 고유한 정신문화로 여겨져 온 것이다. 먼 옛날에는 조상 묘소에 자란 풀은 조상의 모발이라고 여겨 낫이 아닌 손으로 뽑았다고 한다. 벌초가 가진 본래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벌초는 조상과 후손들의 정신적 교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사는 지내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벌초는 해야 한다’는 옛말처럼 추석 전에 벌초를 하지 않으면 불효자식으로 치부될 정도였다. 올해 벌초를 위해 집을 나설 때 물망초 꽃 한다발을 가져갔으면 한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주신 조상님들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담아도 좋다. 그것이 아니라면 조상님들에게 아들딸을 포함한 후손들을 잊지 않고 잘 살 수 있게 보살펴 달라는 의미를 담아도 괜찮다. 어려운 경기 탓에 가진 것은 풍성하지 않더라도 넉넉한 마음으로 한가위를 맞이하자. 조상을 생각하는 물망초의 꽃말을 떠올리면서 보름달처럼 환하고 둥근 웃음소리를 송편에 가득 채워보자.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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