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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학의 문화읽기] 인생과 예술의 과제

2017-09-22

마당발이라고 다 좋을까
인간 관계 실패하더라도
예술과의 관계 시도하길
성공가능성이 훨씬 높고
사람과 관계로 발전가능

[문무학의 문화읽기] 인생과 예술의 과제

가을이 왔다.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생각하기 좋은 계절이라서 ‘사색의 계절’이라고 불린다. 어느 계절이라고 생각 없이 사는 일이야 있을 수도 없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을 한다고 하면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될까 궁금해진다. 정확히 조사해 보지도 않았고, 깊이 연구한 바도 없지만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인간관계’에 대해서가 아닐까. 사람살이는 모두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니까 말이다.

‘관계’는 사실 어렵다. 그 뜻도 어렵다. 국어사전에서 관계를 찾아보면 ‘둘 또는 여러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얽혀있음’이라고 풀고 있다. 사전 풀이도 어렵지만 T. S. 엘리엇이 “인간의 관계란 결국 사랑할 수 없는 존재와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존재와의 관계”라고 아리송하게 정의해서 어렵긴 어려운 것인가 보다 생각하게 한다. 관계란 말의 풀이와 정의만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참으로 어려워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나아가 ‘바람직한, 좋은’ 등의 수식어가 붙으면 더 어려워진다. 이와 반대로 ‘바람직하지 않은, 나쁜’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참 많이 불편하고 괴로워진다. 좋은 관계는 만들기도 어렵고 지키기도 어렵다. 그런 반면 바람직하지 않고 나쁜 관계들은 잠시만 방심하면 어느새 내 앞에 검은 얼굴을 내민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퍼킨스라는 사람은 “고상하게 하는 관계를 발견하는 것은 인생과 예술의 과제”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이 가을에 ‘관계’라는 말을 한 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사색의 계절로 불리는 가을을 제대로 보내는 것이 되지 않을까 판단되기도 한다. 인생에서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안병욱은 ‘행복의 미학’에서 “인생이란 주고받는 관계다. 인생은 수(授)와 수(受)의 두 원리로 구성된다. ‘기브 앤드 테이크’는 인생의 가장 기본적 법칙에 속한다. 인간이 산다고 하는 것은 곧 주는 생활인 동시에 받는 생활”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도대체 인간관계의 정도를 어느 정도 넓히며 살아야 하는가? 흔히 많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을 시쳇말로 ‘마당발’이라고 부르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바뀌면서 인맥 다이어트라는 용어로 관계 줄이기를 시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누구라도 자기 휴대폰에 전화번화가 들어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스스로의 발 넓이가 계산되는 셈인데, 나와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사람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그것을 자기 삶에 꼭 맞게 정하기는 그야말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겠는데 그 기준이 제시된 것은 있다. 이른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인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인간에게 적정한 친구 수는 150명 정도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이 150을 던바의 수로 부르고 그 근거를 우리 몸에서 찾았다. 즉 인간의 대인 관계 규모는 영장류의 대뇌 신피질 크기와 관련이 있는데 인간은 최대치로 150명이 프로그램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친구가 1천명이 넘어도 그 1천명과 정기적으로 연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경험하는 일이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람의 번호로 1년에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던바 교수는 정기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은 150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고, 그중에서도 친밀한 관계는 채 20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수긍되는 수치다.

인생과 예술의 과제라고 하는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까? 지금까지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실패하면 그것이 삶의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실패한다면 예술과의 관계를 시도하길 권한다. 예술과의 관계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그 성공은 사람과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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