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고조
文대통령, 북미 대치에 해법 고심
“북도발에 국제사회 제재는 필요
군사옵션 실행 제외” 재차 밝혀

북한과 미국이 ‘막말’ 설전을 주고받은데 이어 미국 B-1B 전략폭격기가 북한 동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불안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회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거짓말의 왕초’ ‘악통령’ 등으로 지칭하며 “미국땅의 무고한 생명들이 화를 입는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트럼프 책임이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트럼프의 막말에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즉각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북한 외무상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김정은)’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역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간의 끝 모를 강대강(强對强) 대치 속에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국 뉴욕 순방을 끝내고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재에도 도발하고 더 강도 높게 제재하는 식으로 이어져선 안 되며, 하루빨리 여기서 벗어나는 게 큰 과제"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을 강조한 것이지만, 제재에 대해서도 일정한 선을 그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북한의 도발이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도발이 아니라면 도발 그 자체에 대한 대응방식에서 ‘군사옵션 실행’은 제외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북한의 도발에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압박을 가해야 한다면서도 ‘한반도 전쟁 불가’를 줄기차게 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재·압박의 근원적인 목표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상황의 ‘안정적 관리’이다. 문 대통령도 이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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