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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최원식의 산] 천관산(天冠山, 해발 723.1m, 전남 장흥군)

2017-09-29

발아래는 다도해…奇岩 능선 오르니 정상엔 억새바다

20170929
정상 일대의 억새 군락지.
20170929
봉황봉을 오르면서 왼쪽 건너 보이는 방촌리 풍경.
20170929
환희대에서 본 구정봉 능선.

산행을 계획한 날에 대만과 중국방향으로 향하던 제18호 태풍 ‘탈림’이 직각으로 우회전해 일본 규슈지역으로 경로가 변경돼 남해안과 동해안 일대가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내렸다.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난 서쪽으로 피난을 하듯 내달렸다. 도착한 목적지는 전남 장흥의 천관산.

천관산은 하늘의 관(冠)을 이고 있는 형상의 산, 정상부 바위들이 마치 주옥을 장식한 천자의 면류관을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영암의 월출산, 지리산, 내장산, 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꼽힌다. 옥당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편백나무 숲을 지나는 포장길을 따라 올라간다. 포장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정면은 장안사, 오른쪽은 들머리가 되는 영월정으로 적힌 현판이 내걸린 팔각정으로 가는 길이다. 영월정 앞에 큼지막한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오르는 길은 크게 3개 코스가 있다. 맨 왼쪽 1코스는 봉황봉을 지나 정상인 연대봉으로 곧장 오르는 길이고, 2코스는 금수굴을 지나 억새군락지 중간 지점인 헬기장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 3코스는 금강굴, 환희대를 지나 연대봉으로 오를 수 있는 코스다. 일행은 1코스를 올라 3코스를 돌아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잡았다. 천관산 일대에서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이 촬영되면서 이정표 아래에 1코스는 ‘이승기길’, 3코스는 ‘강호동, 이수근’길로 적어두어 근래에는 애칭이 코스 이름을 대신하기도 한단다.

호남 5대 명산으로 ‘正南津’ 장흥 명소
정상 바위가 천자의 면류관 닮아 천관산

1코스로 올라 3코스로 내려오는 산행 길
문바위·양근암·시루떡 형상 정원석 지나
정상 가까워지자 닭바위봉 능선부터 억새
연대봉에선 맑은 날 제주 한라산도 조망


태풍이 비껴간 하늘은 솜털 같은 뭉게구름만 간간이 떠있을 뿐 쾌청하다. 고도를 조금씩 높이면서 발아래로 무수히 떠있는 섬들과 산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풍광에 취해 넋을 빼고 있다가 햇살이 따가워 숲으로 숨어들고, 전망이 좋은 바위를 만나면 감탄을 자아내다가도 숲이 없으면 바위 뒤로 숨어들기를 반복한다. 해안이기도 하고, 미세먼지를 다 쓸어내렸는지 강력한 자외선이 쏟아져 몸을 숨길 만한 그늘을 찾으면 그 자리가 쉬어가는 자리가 된다. 한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문바위를 지나면서 곳곳에 바위구간이 나타난다. 바위구간과 잠깐잠깐 숲이 반복되다가 남근석을 닮은 양근암을 지나면서부터는 햇볕을 피할 공간이 없어 온몸이 그대로 노출된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면서도 오른쪽으로 2코스와 3코스 능선을 마주보며 걷게 되는데 능선에 늘어선 기암괴석들이 수석 전시장을 보는 듯하여 눈은 즐겁다.

시루떡 같은 형상의 정원석 바위를 지나면서 바닥에 잔돌이 깔린 오르막을 오른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정상의 모습은 지나온 길과 다르게 민둥산으로 보인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왼쪽 아래 닭바위봉 능선에서부터 억새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연대봉 정상에 올라서자 억새평원을 이루며 바람에 출렁이고 있다. 연대봉은 이름 그대로 봉화대가 있다. 사각의 바윗돌을 쌓아올린 연대봉에 올라서면 바다를 끼고 건너편에 영암의 월출산이 보이고, 광주의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제주의 한라산까지 조망이 된단다.

연대봉에서 환희대까지는 약 1㎞의 거리인데 평탄한 능선에 약 132만㎡(40만평)에 이르는 억새평원이 장관을 이룬다.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10월 초중순경에 억새축제를 연다고 하니 가을산행지로 인기가 높은 산임에 틀림없다. 억새평원을 가로지르는 능선에는 중간 중간 평상과 벤치를 놓아두어 쉴 공간을 만들어두었다. 환희대로 향하다 왼쪽으로 ‘감로천’ 이정표가 보인다. 연중 물이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데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안부에 잠시 내려섰다가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면서 지나온 연대봉을 바라보면 드넓은 억새평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환희대 바위봉우리 위에 올라서면 하산길인 구정봉, 금강굴 능선에 바위봉우리들이 도열해있다. 이를 일컬어 옥구슬을 꿴 면류관을 닮았다고 수식어를 붙였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다. 뾰족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있고, 조각조각의 바위들이 아슬아슬하게 괴인 모습이 위태롭게 보이지만 사람이 억지로 쌓은 듯 정교하다.

기기묘묘한 바위 군을 감상하고 돌아내려오면 작은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구룡봉, 정면은 지장봉, 오른쪽은 하산길인 구정봉 방향이다. 잠시 가파른 너덜길이 이어지다가 세로로 선 바위가 배 모양을 닮았다는 석선, 벌어진 바위사이로 난 길을 지나는 금강굴 등을 만나는데 하나 하나 이름을 붙여 놓은 것도 재밌다. 금강굴 아래 좁은 돌 틈 사이에 연중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 기도처인 암자가 있었다는 안내판도 걸려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바위를 지나면서 바닥에 자갈 같은 돌길을 자주 만난다. 선인봉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틀어 능선을 따르다 작은 물길을 지나 10분 정도 숲길을 걸으면 넓은 공터에 각종 운동기구들이 놓인 체육공원을 만난다. 이 지점이 2코스 갈림길이 되며 아치형 다리를 건너 7분 정도 더 내려서면 오전에 지났던 3개 코스 갈림길인 영월정 앞에 서게 된다. 포장길을 만나고 오전에 들르지 못한 장안사가 궁금해 약 200m를 거슬러 올라가 경내에 들어서니 사찰이라기보다 기도처인 듯해 발길을 돌린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태풍을 피해 남도에서의 하루 산행을 무사히 마쳤고, 남은 일정은 남도 음식을 맛보는 일. 장흥에는 뭐가 유명할까?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옥당재 주차장 -(10분)- 영월정 갈림길 -(45분)- 양근암 -(20분)- 봉황봉 -(30분)- 연대봉(정상) -(20분)- 환희대 -(40분)- 금강굴 -(50분)- 체육공원 -(15분)- 영월정 갈림길 -(10분)- 옥당재 주차장

호남 5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천관산은 봄에는 진달래가 유명하고, 가을에는 정상 일대의 억새평원으로 가을 산행지로도 각광받는 산이다. 대략 10개 코스가 있는데, 가장 많이 찾는 코스가 1코스로 올라 3코스로 하산하는 길이다. 정상에서 환희대 중간에 감로천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고, 하산 코스 중 금강굴에서도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소개한 코스를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8㎞ 남짓한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중부내륙고속지선(옛 구마고속도로)을 따라 칠원JCT에서 남해고속도로를 따른다. 순천JCT까지 간 다음 좌회전으로 동순천IC에서 내려 다시 해룡IC에서 남해고속도로(영암-순천)를 따라 장흥IC에서 내린다. 23번 국도를 따라 방촌네거리까지 간 다음 우회전으로 약 800m를 가면 옥당재 주차장이 나온다.

☞ 내비게이션 전남 장흥군 관산읍 천관산길 103(옥당재 주차장)

☞ 볼거리 정남진 전망대(전남 장흥군 관산읍 정남진해안로 242-58)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경도상 정남쪽 위치에 장흥이 있다. 전망대 높이가 45m에 달해 득량만 일대와 고흥 소록도, 거금대교, 완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돋이 명소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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