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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선진국 대한민국의 결핍은

2017-10-11
[박재일 칼럼] 선진국 대한민국의 결핍은
편집국 부국장 겸 정치부문 에디터

정치·경제적으로 수십 년을 숨가쁘게 달려온 대한민국에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는가란 물음이다. 여기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경제적 덩치가 어느 정도 커졌지만 더 이상 질적 성장을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달러의 문턱에서 오락가락하기를 10여 년째다. 정치적으로도 6·10항쟁으로 대변되는 민주화운동에서부터 촛불시위까지 근세의 그 어느 국가도 시현하지 못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가 정치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기에는 엉터리 같은, 예를 들면 ‘난장판 국회’처럼 얼굴을 들지 못하는 사안들이 늘려 있다.

선진국의 요소에는 정치·경제뿐만 아니다. 과학·문화·예술·체육의 여러 분야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는 총체적 평가다. 과학만 해도 우리는 노벨상(그것이 꼭 중요한 것 같지는 않지만)의 성취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류(韓流)란 문화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가 진정 세계인의 존중을 받는 문화예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근저의 원인은 무엇인가. 나는 ‘자치정신의 결핍’이라고 늘 생각한다. 우리는 여전히 위계질서와 관존민비(官尊民卑)란 왕조시대 습성과 결별하지 못한다. 공무원 시험에 그렇게도 목을 매는 이유는 일자리 부족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적 위계를 선호하는 의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탓이다.

자치는 ‘동원’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동원예비군 훈련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중앙권력의 일사불란함으로 사람과 자원, 기업을 동원해 성장했다. 동원체제는 지역적으로 서울 일극주의(一極主義)를 파생시켰다. 이는 다시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자치정신을 억압한다. 악순환이다.

그 악순환은 한계에 도달했다. 많은 중앙관료와 학자들은 수도권을 키우면 이른바 ‘스필오버’(넘쳐서 지방도 함께 성장한다는 논리)로 나라 전체가 커진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불행하게도 끝없는 정체다.

중앙집권의 논리는 관료사회와 정치권은 물론 서울 편중 언론에다 심지어 서울의 시민사회운동가들에게도 스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에서 이렇게 적었다. “서울의 시민사회 진영은 지방화, 분권화, 국가균형발전 같은 과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그게 무슨 우선 순위가 있느냐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각성을 주시하는 시민사회운동가들조차 자치정신에는 고개를 돌렸다는 뜻이다.

역사에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동원적 중앙집권보다는 자치가 훨씬 우월할 때가 더 많았다. 오늘날 인류의 진보를 선도한 작금의 유럽은 도시국가, 민족적 경계를 넘은 중소국가, 지역공동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진화를 이뤄냈다. 저 밑바닥까지 자치의 정신을 근본으로 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방자치에 기초한 국가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한국의 중앙집권은 국가성장의 지체를 넘어 내부적 불평등과 부조리를 야기한다는데서 그 심각성이 더해진다. 수도권 일극주의는 가만히 앉아서 자본의 부당한 이전을 초래한다. 끝없이 오르는 서울 강남의 집값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대표적이다. 대학의 수준, 직장의 편중, 소득의 격차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불평등은 어처구니없는 곳에서도 생긴다. 폐쇄하니 마니 하는 원자력발전소는 몽땅 비수도권에 있지만, 그렇다고 농촌의 전기를 대폭 할인해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주와 전선이 미관을 해친다고 땅에 묻는 전선 지중화 비율은 서울이 최고 수준이다. 50%를 넘는다. 대구는 30% 선이다. 서울 용산의 미군기지는 국가가 알아서 이전해주지만, 대구의 K2는 너희들이 땅을 팔아서 이전하라고 한다.

억울하면 서울 가서 살아라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렇게 해서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없기에 괴로움이 있다. 자치가 결핍된 상태에서는 국가 내 지역 간 씨줄과 날줄의 총합을 키우지 못한다. 헌법을 개정해서 지방자치의 힘을 키우자는 지방분권 개헌(改憲)운동은 그래서 시대적 과제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수도권 일극주의를 타파하고, 수도권에 버금가는 다수의 독립적 지방이 등장할 때 가능할 것이다. 지방의 총합이 나라의 총합이 돼야 한다.
편집국 부국장 겸 정치부문 에디터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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