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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강 무너지고 과오 은폐하는 軍을 어떻게 믿겠나

2017-10-13

우리 군(軍)의 주요 군사기밀이 북한의 해킹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군 정보망의 중추신경이라고 할 수 있는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가 북한 해커 집단에 털렸다는 것인데 참으로 충격적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국방부가 이를 철저히 숨겨왔으며 지금도 군사보안을 내세워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의 보신주의 관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강원도 철원 육군 6사단 소속 이모 상병 총격 사망 사건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9월 DIDC가 해킹당한 것은 북한 해커의 능력이 뛰어났다기보다 어이없는 실수 탓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킹 사실을 폭로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에 따르면 DIDC가 인터넷망과 국방망을 분리하지 못한 게 해킹의 빌미가 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1천500만건의 군사기밀이 유출됐는데, 이 중에는 김정은 참수 작전이 담긴 ‘작계 5015’를 비롯해 침투·국지 도발 대응 계획인 ‘작계 3100’, 군부대와 발전소 등 국가 중요시설 방호 계획 등 중요한 기밀이 들어 있었다. 또한 미군이 수집해 우리 군에 제공한 북한의 각종 정보도 유출됐다니 이런 망신도 없다.

군사기밀을 도둑맞은 뒤 군 당국의 대응 조치는 더욱 한심하다. DIDC가 해킹당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태껏 국방부가 파악한 유출 문건은 전체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2급 기밀만 226건이나 유출됐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군사 기밀이 북한에 넘어갔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군은 유출된 작전 계획을 수정조차 않고 책임 회피에만 몰두하고 있다. 더구나 국방부는 지난 5월 북한의 해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군사기밀이 대거 유출된 사실을 숨겼고 지금도 군사보안 운운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사격장 인근 총격 사망 사건 역시 유족들의 문제 제기와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없었다면 진실이 묻힐 뻔했다. 군이 애초에 이 상병의 사망 원인을 도비탄으로 지목한 것은 사건을 축소해 책임을 면하려 했다는 의혹이 짙다. 이처럼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제대로 진상을 조사하고 알리기보다 숨기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는 군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북한의 도발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데 우리 군은 신뢰를 주기는커녕 국민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선 국방개혁은 헛구호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무너진 군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게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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