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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건축의 재생’ 대구예술발전소

2017-10-13

근대산업화 굴뚝서 문화예술을 꽃피우다

20171013
대구연초제조창 별관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대구예술발전소는 2013년 문을 열었다. 앞부분은 최근 완공된 수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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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의 로비 메인홀에서 5층으로 관통하는 오픈스페이스는 수평에서 수직으로 상승하는 하이라이트 공간이다.

낡고 오래된 건물을 없애버리고서 신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거품경제의 우려 속에 현실적 개발방식으로 떠오른 것이 도시의 재생과 건물의 리노베이션이다. 오래된 건물, 시간의 켜가 쌓여있고 스토리가 축적되어 있는 거리와 건물의 가치를 발견하기 시작한 지가 불과 10여 년 전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도시재생에 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도시재생은 낙후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하여 경제·사회·물리적 환경을 개선시키려는 도시 개발사업이다. 그동안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이 기존의 동네를 완전히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식이었다면 도시재생은 활력과 매력을 잃은 도시 거리를 되살리되 기존의 맥락을 단절시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고 낡아서 기능을 잃은 건축물을 회복시키고 새 기능의 모습으로 되살리는 작업을 건축의 재생, 리노베이션이라 한다.

대구에도 기능을 상실해 방치돼 있던 근대건축이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사례들이 생겨났다. 대구문학관 향촌문화관(옛 상업은행 건물), 대구근대역사박물관(옛 산업은행 건물), 대구예술발전소(옛 대구연초제조창)이다.

국내에 건축 재생의 붐을 일으킨 것은 세계 문화적 명소들이 그런 복원작업을 통해 탄생한 선례들 때문이기도 하다. 폐탄광 섬으로 일본 나오시마에 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지은 미술관과 건축들, 런던 템스강변의 화력발전소와 공업시설들을 재탄생시킨 ‘테이트 모던갤러리’, 폐 군수공장 지역이 예술특구로 변신한 중국 베이징 ‘따산즈 798’은 도시재생, 건축재생의 명품들이다.

대구연초제조창 별관 창고건물의 변신
지하 1·지상 5층 연면적 9천여㎡ 규모
가변적 전시실·공연장·창작스튜디오 등
리모델링 거쳐 2013년 문화공간 개관

본관·공장건물 터엔 고층 아파트단지
건축물 일부 기둥 남겨 수창공원 조성


◆대구연초제조창(KT&G)의 역사

대구연초제조창은 사라졌지만 그 창고건물은 대구예술발전소 건축으로 재탄생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근대산업 유산에서 창조적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대구연초제조창은 일제강점기인 1909년 ‘대구전매지국’으로 출발했다. 21년 조선총독부 연초 전매령이 공포돼 ‘조선연초주식회사’ 대구공장을 국유화하며 ‘대구연초공장’으로 증설 준공됐다.

지금의 대구예술발전소로 재생된 별관 창고 건물은 76년에 증축한 건물이었다. 대구연초제조창은 6·25전쟁 중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상가동해 나라의 세입확보에 있어, 그리고 군수품 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시기에 군인들의 정신적 동반자 ‘화랑’ 담배를 생산하며 병영생활의 안식과 사기진작에 기여했다. 오랜 기간 사랑받은 담배 ‘청자’(1969~88)를 최초 생산한 장소이다. 63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거, 대규모로 생산 설비를 확장했다. 80여 년간 국내 연초생산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으며 99년 정부의 공기업 경영 합리화에 따라 문을 닫게 됐다.

당시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건물(대구예술발전소 건물)은 2007년 대구시에 기부채납됐다. 2008년 이 건축공간을 활용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 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한 문화 예술창작벨트 조성’ 프로젝트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2011년에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13년 3월 문화예술공간인 대구예술발전소를 개관했다.

당시의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건물만 리모델링해 대구예술발전소로 남아있을 뿐, 본관과 주요 공장건물들이 모두 철거된 부지에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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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

연초제조창 건물은 넓은 공간이다. 여러 기능을 수용할 수 있는 가변 공간성이 장점이며 견실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국비와 시비 160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9천736㎡ 규모이다. 리모델링은 도시재생의 효과는 물론 실험적 예술창작 인프라 확충과 창의적 작가 양성의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

1층과 2층의 전시실은 넓고 높은 공간으로 구성돼 설치, 회화, 조각, 미디어 등 가변적 전시를 할 수 있다. 2층의 북 라운지 ‘만권당’은 책을 읽고 토론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교류를 위한 아트 플랫폼이다. 3층 예술정보실은 문화예술 정보와 아카이브 자료, 국내외 미술분야 서적, 전시도록, 간행물, 멀티미디어자료 등을 검색할 수 있다. 3층 ‘수창홀’은 12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4층, 5층에는 창작 스튜디오, 게스트룸, 커뮤니티 룸이 있다.

연초제조창은 장식이 배제된 전형적인 근대건축이었으나 예술발전소로의 리모델링을 통해 말끔히 치장된 외장에서는 과거 시간의 흔적이라든지 근대산업화 시대의 콘크리트의 거친 야성미는 사라져버렸다.

당연히 과거 건축물에 현대적 기능을 수용하는 데는 여러 문제점이 충돌한다. 전시·관람·집회시설 등의 건축 관련법규, 소방시설, 에너지 단열규정 등의 이행은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내·외부 벽체의 신설 등 전반적 공사에서는 신축에 버금가는 공사비와 노력이 투입된다. 그래서 건축재생에서는 투자와 생략, 더함과 남김, 채움과 비움의 조화로운 선별이 필요하다.

◆수창공원

수창공원은 아파트 부지의 서측, 대구예술발전소의 북측에 위치하는 넓은 오픈스페이스로 상호 완충공간의 역할을 한다. 면적이 1만563㎡에 이른다. 상상마당, 흔적기둥, 상상들판, 어린이물놀이시설, 화장실, 야외전시, 잔디 스탠드, 광장으로 조성됐다. 옛 건축물의 기둥을 남긴 흔적기둥 면에는 연초제조창의 역사와 주변의 명소, 인물, 중구 근대골목의 역사를 보여준다. 더 이상 재생할 수 없이 영원히 사라진 연초제조창 건축의 유적 흔적을 기억하게 하기에는 흔적이 적은 공원인 듯하다.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한터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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