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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대통령의 雅量(아량)

2017-10-18

문 대통령 취임후 靑 발표
대부분 MB·朴정부 적폐
화합 이미지와 다소 거리
박정희 우표 때 놓쳤지만
임기 동안 아량 발휘하길…

[동대구로에서] 대통령의 雅量(아량)

모든 일에 있어 중요한 것은 ‘타이밍’(Timing)이다. 특히 정치적 판단에 있어서는 타이밍이 결정적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지난 12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긴급 발표를 통해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과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 변경한 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심각성을 고려해 긴급하게 발표했다는 입장이었지만, 공교롭게 이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법원은 다음 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연장을 결정했다.

‘오얏나무(자두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하필 법원의 결정 하루 전날 청와대가 긴급 발표를 하면서, 청와대가 법원에 시그널을 준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있다.

청와대의 발표에 당장 보수진영은 발끈했다. 자유한국당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인기 만회를 위해 스캔들을 일부러 터뜨린다는 시중의 속설에까지 비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국정조사도 거론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세월호 일지 조작은 팩트를 떠나 보수진영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당 지지층의 84%가 ‘정치보복’이라고 답했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우는 ‘적폐청산’이라는 답은 고작 12%에 불과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적폐청산’이라는 답이 93%로 압도적이었다. 진영별로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이다.

공교롭게 사흘 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스스로가 ‘정치보복’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공언했다. 그것도 구속 이후 5개월여 만에 첫 말문을 열면서.

임종석 비서실장의 긴급 발표 후 법원의 구속 연장 결정, 이에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보이콧 발언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안들을 보면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부터 이어진 청와대의 각종 발표 및 브리핑을 복기해 봤다. 긴급 발표 대부분은 박 전 대통령이나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문재인정부에서 말하는 ‘적폐’가 주를 이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사에서 ‘소통하고 화합하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문재인정부 행보는 화합보다는 적폐청산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전(前) 정부와 관련된 적폐가 너무 많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다 보니 적폐청산인지, 정치보복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되돌아보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부가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 전직 대통령과 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리 수사로 흠집 내기를 서슴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다.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또 다른 적폐를 만든 적도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도 과거 정권과 다르다고 했고, 국민도 다를 것으로 믿는다. 아쉬움이 있다면 문재인정부가 국민화합을 위한 타이밍을 한 번쯤은 놓친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우표 발행이 그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공(功)과 과(過)는 차치하더라도 우정사업본부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사안을 전례가 없는 재심의로 뒤집으면서 ‘정치보복’이란 단어에서 문 대통령 또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더욱이 우정사업본부는 이승만과 괴테, 슈바이처 등의 탄생 기념우표도 발행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의 넓은 아량(雅量)이 발휘됐으면 하는 아쉬운 대목이다.

임성수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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