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71026.010290819430001

영남일보TV

[박창원의 ‘영남일보로 보는 시간여행’ .25] 학생 풍기원

2017-10-26

학생이 출입금지된 극장 드나들다 적잖게 적발

20171026
학생풍기 문제는 발생 원인을 철저히 연구해 학교가 배움의 의욕과 면학의 정열이 넘치도록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영남일보 1947년 11월23일자 사설)
20171026

‘남녀 학생들이 풍기가 문란하여진 것은 그의 책임이 학생에게 있을 것이다. 해방 이후 여러 방면에서 볼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오해가 학생들에게도 있어 배우는 정신을 잃어버리고 시작하면 어른이 하는 일을 해본다는 교만한 태도로 되기 쉬운 것이다. 학생들의 자각을 바라는 동시에 학생 풍기를 단속할 ‘보도연맹’의 부활과 그의 강화책이 있어야 될 것을 요망한다.’(영남일보 1947년 11월23일자)

학생들의 풍기문란은 광복 직후에도 여전히 어른들의 걱정거리였다. 남녀 학생끼리의 이성교제도 동의하기 힘든데 하물며 어린 여학생과 학교 밖의 남성이 정을 통했다는 이야기도 간간이 나돌았다. 게다가 극장과 유흥업소 출입도 문제였다. 으레 연말연시에는 출입이 금지된 극장을 드나들다 적발된 학생이 적지 않았다. 하숙하는 학생이 문제라는 진단부터 남학생은 술집, 여학생은 영화관 출입이 잦다는 기사도 있다. 그러다보니 ‘보도연맹(保導聯盟)’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보도연맹은 뭘까. 학생들의 학교 밖 생활을 통제하기 위해 일제가 시행한 제도다. 예컨대 영화관이나 유흥장 등의 입구에서 학생들의 출입을 막는 방식이다. 당시 ‘조선어로 된 불량독서를 막아야 한다’는 임무도 들어 있었다. 보도연맹이 조선인 학생들의 일상 활동을 감시하는 기능까지 담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광복 이후에도 보도연맹 부활을 얘기하는 것은 학생들을 여전히 손쉽게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출입 막는 일제시대‘보도연맹’부활 주장
허영심 부추기는 복장·신발 간소화 요구
日의 묵은 감성적 소설 읽지 못하게 통제



‘해방 이후 물가고 등에 따라 자녀교육에 막대한 비용을 지게 되어 학부형으로서는 많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이것도 자녀의 장래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갖은 힘을 다하고 있는데 부모의 심정도 모르는지 요즘 남녀 학생의 풍기가 문제라 하니 부모된 마음으로 유감천만입니다. 학교 교육도 민주적으로 나아가니 학생들을 자유스럽게 교육시키는 방침은 그래도 자유의 한계를 생각하고 그 정도에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엄중한~.’(영남일보 1947년 11월23일자)

학생 풍기를 문제 삼은 것은 교육당국만이 아니다. 학부모들도 이 부분에서만은 쉽게 의견일치를 봤다. 복장과 신발을 간소하게 해 허영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담배와 술을 못 먹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여학생의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간 출입을 엄금하고 눈물과 감성을 주는 일본의 묵은 소설을 읽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을 바라보는 그 당시의 차별적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의 풍기문란 현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달콤한 유혹에 빠져 탈선했다는 어린 여학생, 배움의 스승인 선생에 대들었다는 문제학생의 등장도 그대로다. ‘하지 말고 가지 말라’는 것에 대한 학생들과 어른들의 숨바꼭질은 그때도 여전했다. 심지어 학교 교육의 민주화를 학생풍기 문란의 한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똑같다. 정말 그럴까. 그건 어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