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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토요인물 - 이 세계] 손병희 힐링숨 농장대표

2017-10-28

6차산업으로 정착 성공…“지역 농민 참여하는 분업경영 공동체 운영 꿈”
연구원으로 도시생활했지만
자식이 경쟁에 시달릴까 귀농
오디·복숭아로 잼·엑기스 가공
도시인이 즐기는 농장체험 기획

20171028

“만약 친구가 귀농한다면 적극 말릴 겁니다. 하지만 내 자식이 귀농한다면 적극 지원할 겁니다.”

영덕 달산면 주왕산 탐방로 주차장 입구 옛 용전분교에 자리 잡은 힐링숨농장 대표 손병희씨(48). 귀농 14년 차인 그에게 귀농에 대해 정의해 달라고 하자 아리송한 말부터 건넸다. 대구가 고향인 손 대표는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연구개발부서에서 일하며 안정된 도시생활을 하고 있었다. 호미 한 번 잡아본 적 없던 그가 농촌생활을 동경하게 된 것은 첫아이가 태어난 후부터다. 자식이 자신처럼 학원만 오가며 치열한 성적경쟁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갈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는 어렵게 가족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영덕으로 귀농하게 된 것은 귀농운동대구본부에서 영덕 달산면에 농지를 지원해 준 때문이다. 하지만 2001년 그가 지원받은 농지는 이미 귀농을 꿈꿨던 10여명의 귀농인이 1~2년을 못 버티고 실패했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손 대표는 “영덕 사람 참 유순해서 좋다. 바다도 너무 좋았다. 그래서 그냥 눌러앉았다”며 파안대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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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희 대표가 힐링숨농장 가공공장에서 사과즙 포장기계를 점검하고 있다.

촌구석에서 그는 아내와 함께 농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며 적응해 나갔다. 그는 “귀농해서 실제 농사지어보니까 소득 올리기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오디나 돌복숭아를 가공해 잼과 엑기스를 만들어봤더니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농업의 6차산업화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그는 영농조합법인을 꾸리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각종 가공품을 제조해 시장에 내놨다.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대박이 났다.

호사다마라 할까. 순탄할 것만 같던 귀농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2010년 11월 아내가 하교하던 막내를 마중하러 나갔다가 과속차량에 치여 척추를 다친 것. 아내는 아직까지 병상에 누워 있다. 아내의 빈자리는 엄청 컸다. 그는 아내의 교통사고 시기가 귀농생활 중 가장 어렵고 큰 시련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영덕 사람들이었다. 그는 “당시 몇몇 공무원과 지인으로부터 받은 격려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덕분에 나 자신이 더욱 단단해졌다”고 고마워했다.

농장법인을 설립한 손 대표는 수익금을 재투자해 가공설비를 늘렸고 이 과정에서 정부, 경북도, 영덕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현재 손 대표는 자신과 지역농민이 생산한 여러 농산물을 잼·즙·환·조청·식초 등으로 가공·생산해 농협 등에 납품하고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포장지 대신 유럽풍처럼 소박한 낱개로 포장해 가격 거품을 뺐다. 현재 그는 경기대, 서울여대, 그리고 경남 하동의 매실업체와 협력해 매실가공 소스를 개발 중이다.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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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2008년 농민사관학교의 허브체험 농장 견학 후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는 농업의 6차산업화에 더욱 매달리게 된 계기가 됐다. 올해는 힐링숨농장 영농법인이 경북도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그의 꿈은 더욱 영글어가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 2명의 도움을 받아 일반적인 계통출하나 유통라인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 판로를 개척 중이다. 최근엔 농장 홈페이지(www.덕이할매점빵.kr)를 준비하고 있다. 영덕 농수임특산물과 법인의 가공품을 소개하고 영덕 관광명소도 함께 홍보할 계획이다. 덕이할매점빵은 영덕의 ‘덕(德)’ 자를 딴 할매점빵으로 70~80년대 분위기를 살렸다.

현재 그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50~60대 초등학교 동창모임을 타깃으로 하는 농장 체험프로그램이다. 도시민이 숙박하며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는 프로그램이다. “농산물 생산, 가공, 체험이 접목된 농장에서 도시인이 즐기며 휴식하는 ‘도시인이 바라는 농업’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농장 사무실이 있는 용전분교 폐교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도시민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숙박과 체험을 제공하고 상품도 공급하며 연말이면 수익금을 배당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농장 대표인 나의 개인 사업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사업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다. 지역농민이 참여해 가공, 체험, 판매 등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는, 철저한 분업경영의 공동체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귀농희망자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귀농희망자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막상 그들이 원하는 곳에는 빈집이 없어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는 그는 “1·2차 농업만 생각하고 귀농하면 매우 어려운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 미래 경쟁력이 있는 6차산업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영덕 남두백기자 dbn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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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두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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