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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한석봉 어머니의 뇌기반 학습법

2017-11-13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한석봉 어머니의 뇌기반 학습법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된 원동력도 바로 사람에 대한 투자, 즉 우리 부모님의 뜨거운 교육열 덕이란 분석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린 어릴 때부터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그 중에서 백미는 아마도 한석봉 어머니의 신기에 가까운 어둠 속 떡썰기 일화일 것입니다. 떡장사를 하며 어렵게 글씨 공부를 시킨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 10년 만에 집을 찾은 한석봉은 어둠속에서 엉망으로 글씨를 쓴 자신과 달리 그림같이 가지런하게 떡을 썰어 놓은 어머니의 실력을 보고 크게 깨달음을 얻죠. 그리고 돌아가 다시 10년간 더 글씨 공부에 정진하여 결국 조선 최고의 명필이 됩니다. 그날 한석봉 모자와 같은 방에 있지는 않았지만 향기박사는 한석봉의 어머니가 생활의 달인처럼 능숙하고 빠르게 떡 써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가지런하게 떡 써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뇌는 매우 싫증을 잘 내는 기관이라 남이 쉽게 하는 것을 보면 별로 따라 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뇌의 특성 때문에 남이 힘들게 성취하는 것을 보면 도전욕이 더 생기고 한두번의 실패에는 개의치 않고 더욱 그 일에 매달리게 됩니다.

최근 이런 뇌의 특성에 관한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MIT 뇌·인지과학과의 Laura Schulz 박사 연구진이 Science지에 발표한 연구내용에 따르면 어린 아이는 어른이 힘들게 성취하는 것을 보면 더 열심히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실험은 15개월 어린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보모가 상자안의 장난감을 꺼내는 시범을 보여주며 여러 번을 시도해 꺼내는 일이 많이 어려운 것처럼 하다가 결국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었고, 다른 그룹은 보모가 굉장히 쉽게 장난감을 바로 꺼내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에게 좀더 복잡한 음악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나눠주고 놀게 하며 관찰하였더니, 어른이 시범에서 어렵게 성공하는 것을 본 그룹의 어린이는 장난감에 집중하며 더 열심히 가지고 노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어른이 쉽게 성공하는 것을 본 그룹은 장난감을 잠시 가지고 놀다가 이내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우리 어른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새로운 학습을 받을 때 어린 학생의 집중력이나 꾸준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많은 교육학자는 학생의 장기적인 학업 성취도는 흔히 말하는 IQ와 같은 지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얼마나 학생이 집중력을 가지고 꾸준히 학습을 하는가에 달려있다고들 합니다. 이번 MIT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15개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 학생에게 적용하기는 다소 무리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결국 우리 어른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많이 읽는 위인전에도 보면 유독 어려움을 극복한 이야기가 많은가 봅니다. 그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 뇌는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대한 집중력과 꾸준한 도전의지를 동시에 자극 받게 될 수 있으니까요. 또 요즘 말하는 금수저에 대한 거부감도 어쩌면 어려움 없이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에 대한 우리 뇌의 본능적인 거부감일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한석봉의 어머니로 대표되는 우리 부모들은 굳이 뇌과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자식의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이제야 뇌과학자들이 밝힌 뇌기반 학습법을 이미 활용하는 지혜를 습득한 것 같습니다. 오늘, 책상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여러분의 자녀 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영남일보를 정독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여러분의 자녀가 더 자신의 학습에 집중하고 더 꾸준히 정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왕이면 신문 읽는 일이 몹시 힘든 듯 어깨도 좀 두드리고 눈도 깜빡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여러분 자녀의 뇌가 더욱 자극 받아 더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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