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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우현서루

2017-11-14
[문화산책] 우현서루

2016년부터 육군3사관학교 충성대신문사에서 생도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나는 가능하면 학기 중에 한 번 이상은 꼭 전적지 답사를 실시하곤 한다. 올해에는 기자생도들과 함께 애국애족의 발자취를 찾아 대구근대골목에 속한 우현서루를 방문해 보았다.

여러 활동가들의 노력 덕분에 현재 대구시에는 다양한 골목투어 코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코스들 가운데 우현서루(友弦書樓)를 ‘근대로 답사 1번지’로 뽑고 싶다. 대구문학관의 문학로드를 통해 발굴되기 시작한 이곳은 이상화 시인의 백부인 소남 이일우 선생과 관련된 공간이다. 이상화 시인을 비롯한 애국지사 4형제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때 형제들을 가르쳐 독립운동가로 키워낸 인물이 바로 소남 선생이었다. 소남 선생은 대구 지역의 거상으로서 일본의 경제 침략에 맞서 서상돈 선생 등과 함께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안타깝게도 이토 히로부미가 파견한 박중양에 의해 읍성이 강제 철거되면서 대구의 상권은 무너졌고, 이로 인해 국채보상운동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소남 선생은 국난에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우현서루라고 하는 북카페를 세워 수많은 애국지사의 강연회를 실시함으로써 지역청년들을 구국의 인재로 육성해 나갔다. 당시 수많은 애국지사가 국권 회복의 희망을 품고 우현서루를 다녀갔으며, 그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을 지은 장지연 선생도 있다.

최근 들어 대구읍성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어 대구시에서 성곽 일부를 복원하였는데, 그곳이 우연히도 지금의 우현서루 남쪽에 위치한 도로이다. 그런데 그러한 우현서루와 복원 성곽 사이를 북성로 공구골목이 가로지르고 있다. 북성로 공구골목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군수품 보급 시장이다. 한때 이곳은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만큼 최첨단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곳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현대식 상권이 형성된 오늘날에도 대구역에서부터 달성공원으로 이어지는 이 긴 골목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러한 자부심이 계승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현서루 네거리를 ‘근대로 답사 1번지’로 뽑고 싶다. 이 한 지점에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전쟁기의 뜨거웠던 애국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국난 극복사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이곳! 지역사를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곳! 이곳이야말로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역사적 공간이 아닐까?제갈덕주<경북대 한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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