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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몰랐던 우리의 가치

2017-11-15
[문화산책] 몰랐던 우리의 가치

2005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멕시코계 미국인 친구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더군요. 대구에서는 어디 가면 셀레브리티(Celebrity), 즉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볼 수 있냐고. 아무 생각 없이 “대구에는 연예인이 없어”라고 대답했고, 친구는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인구 250만명의 초대형 도시에 유명인이 살지 않는다고? 우리나라에는 몇십만명 되는 도시에도 연예인들이 사는데?”

한참이나 한국의 성장 모델이 보여주는 특수성에 대해 일본의 경우와도 비교하며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친구는 납득은 했을지언정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일본도 오사카 정도에 가면 연예인 볼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친구와의 그 대화는 아직도 제게는 잊히지 않는 화두로 남았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모든 자원과 재원이 서울에 몰려있는 현실이 너무 당연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넓혀서 보면, 매우 기이하고 대단히 기형적이며 몹시도 비효율적인 구조라는 것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에 천만명, 수도권에 2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보면 나머지 지역 또한 전체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10년도 전에 이미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란 말이 화두로 떴는데요. 이 말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이란 단어를 섞은 것으로, 무분별한 집중화로서 세계화에 반대되는 것으로, 오히려 각 지역의 장점을 살리고 개성을 나누는 지역화가 좀 더 미래적이고 긍정적인 세계의 하나 됨을 돕는다는 얘기입니다. 지역의 가치, 지역의 개성, 나아가 그 가치와 개성이 가지는 산업적 생산성까지도 이미 외국에서는 이해하고 발견해 발전시켜 오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는 그대로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외국인들의 눈을 통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외국인들과 함께한 모임에서, 서로가 만들어온 음식을 나눠먹으며, 서로의 언어로 시를 읽으며, 서로의 고향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얼마나 각자가 가진 가치들을 존중하고 동경하며 신비로워했는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내가 늘 쓰던 이 언어, 이 글, 이 사투리, 이 목소리가 그들에게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구나 하는 걸 그때 알게 되었고요. 용기를 내어 불러본 나의 노래에 크게 감동하고 감사해준 그들을 통해 노래 부르는 삶에 대한 꿈을 다시 키우게 됐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음악을, 정확히는 ‘지역의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정연우<밴드 레미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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