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성모병원 내과의사 임종식씨
고향 영덕 주제 작품으로 첫 개인전
2012년에 드로잉·사진 책도 발간
임종식 영천성모병원 내과부장이 직접 그린 펜드로잉 작품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내과의사 임종식씨(52·영천성모병원)는 매일 그림일기를 쓴다. 드로잉가방도 항상 메고 다닌다. 풍경을 보고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즉석에서 스케치를 한다. 쓱싹쓱싹 펜으로 그리는 시간은 보통 10분에서 1시간 정도.
“집, 카페, 식당 등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동하면 어디에서든 전을 펼칩니다.”
그는 얼마전 박물관 ‘수’ 별관 갤러리에서 ‘고향가는 길-영덕’을 주제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영덕읍내 거리, 시장, 식당, 포구, 등대, 골목길 등 향수 어린 풍경을 소재로 한 펜드로잉 작품을 비롯해 국내외 여행에서 그린 2~4호 사이즈 그림 60여 점을 걸고 출간기념회도 가졌다. 전시가 끝날 즈음엔 펜드로잉 교실을 열어 무료강좌도 했다.
“손으론 그림을 그리고 마음으론 글을 쓰죠. 그렇게 하면 나중에 기억이 더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영덕에서 살았어요. 미대에 가고 싶었으나 그림은 취미로 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권유와 설득으로 (영남대) 의대에 진학했지요.”
그는 의사생활을 하면서 그림에 미련이 남아 틈틈이 컴퓨터를 활용해 드로잉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15년 7월 우연히 펜드로잉 동호회를 통해 휴대가 간편한 드로잉 용품이 있다는 걸 알고 그걸 이용해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년에 300점 정도 그렸을 거예요. 딱히 그림을 배우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외국에서는 어반 스케치(urban sketching)를 많이 해요. 하지만 대구에선 그런 문화를 잘 볼 수 없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그는 2012년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드로잉한 것과 촬영한 사진을 모아 ‘대구를 즐겨라’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대구의 명소 110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밖에도 경북의사회보에 임종식의 그림에세이를 연재하고, 영남대의대 동창회보 표지그림을 그리고 있다.
“음식으로 치면 유화는 정식이고, 펜드로잉은 인스턴트죠. 요즘은 스마트폰 때문에 생각을 잘 안 하고 사는 시대인데, 손그림을 그리면 관찰하고 사색하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사물에 대한 애정도 훨씬 깊어지죠. 이번 드로잉전시회는 고향에 대한 보답입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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