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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인텔 글로벌 기업의 배신…응징나선 세계 각국 소비자 소송전

2018-01-11
20180111

세계적 IT 기업들이 잇따라 악재를 겪고 있다.

애플이 구형 스마트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켜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최근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의 보안 취약점을 쉬쉬하다 문제가 됐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며 인텔은 세계 PC 시장에서 CPU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어서 소비자들의 충격은 특히 크다.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된 해결책조차 제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소송전까지 불러오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의 아이콘은 어디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혔던 애플이 ‘불신의 아이콘’이 될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초 일부 아이폰 사용자들이 “아이폰 배터리 잔량이 떨어지면 아이폰의 속도가 느려지도록 운영체제(iOS)를 변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애플은 지난해 12월20일(현지시각)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출시한 아이폰 작동 속도를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시인했다. 추운 곳이나 충전량이 적을 때 갑자기 기기가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성능 저하 사실은 소비자들에게 고지해야 하는 주요변경 사항임에도 애플이 이를 은폐했다는 점에서 분노하고 있다.

애플은 다른 IT기업 중에서도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기업이다. 처음 성능 저하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애플은 일절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애플은 현재 배터리 교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배터리 교체 정책과 관련해서도 초반엔 애플이 AS센터에서 별도의 테스트를 통과한 아이폰의 배터리 교체 비용만 지원하겠다고 밝혀 원성을 사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애플은 “테스트 결과와 상관없이 고객 누구에게나 할인된 가격에 배터리를 교체해주겠다”고 뒤늦게 정책을 바꿨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3만4천원을 내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국내 휴대폰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애플이 초반에 가졌던 기술적 신뢰를 그대로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도 “현명하지 못한 대처는 소비자들의 실망과 분노만 살 뿐”이라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에 잇따라 품질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로 2가지를 꼽고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제조와 운영을 본격적으로 책임지면서 2017년 애플 제품은 주변 기기까지 포함해 27종으로 늘어났다. 2010년 애플 제품이 14종인 것과 비교하면 7년 사이 2배가량 많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제품 종류가 많아지면서 공급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애플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퀄컴 등 주요 부품업체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이유로 부품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도 문제로 꼽혔다. D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는 삼성전자와 도시바,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에서 공급받는다. 공급망이 훨씬 복잡해지면서 품질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성능 고의 저하’ 애플
배터리 교체비용 지원 정책 소비자 원성
"제품 다양·부품 다변화가 품질문제 원인”

'CPU 보안 결함 쉬쉬’ 인텔
"이달말까지 모든 제품에 업데이트 진행”
CEO, 결함 인지 후 주식 대량매도 논란


◆결함 발견 이후 주식 매도

인텔은 전 세계 CPU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글로벌 IT기업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노트북의 약 90%에 인텔 CPU가 탑재됐다. CPU는 컴퓨터의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치로,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한다.

지난 3일 인텔이 제작한 CPU에서 멜트다운(Meltdown)과 스펙터(Spectre)라는 심각한 보안 결함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1995년 이후 시중에 풀린 대부분의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결함을 이용하면 암호 여부와 관계없이 CPU가 작동시키는 모든 프로그램의 데이터를 훔쳐볼 수 있다. 또 컴퓨터 성능을 크게 저하시킬 수도 있다.

결함을 인지한 이후 인텔의 CEO인 브라이언 크러재니치는 255억원어치의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2017년 6월 반도체칩 결함을 처음 발견한 구글 측이 이를 곧바로 인텔에 알렸다. 이후 크러재니치를 포함한 경영진이 이즈음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 보안 취약 문제가 드러나 인텔 주가가 내려가기 전 자신들의 주식을 매각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인텔 대변인은 “미국 주요 경영자들은 보유 지분을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자동 매각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데, 크러재니치 또한 2015년 6월에 미리 설정해 둔 대로 주식 매각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보유 주식에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 내부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크러재니치는 8일(현지시각) 열린 CES2018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텔과 많은 기업들이 협업한 결과 보안, 속도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멜트다운, 스펙터 결함을 보유한 모든 제품에 업데이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5년 동안 판매된 프로세서 등은 일주일 내 90% 이상 업데이트될 것”이며 “그 외의 것은 1월 말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멜트다운, 스펙터와 관련해 인텔이 보고받은 해킹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CPU 보안 결함과 관련해 미국에선 오리건주, 인디애나주, 캘리포니아주 등 3건 이상의 집단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단체소송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담우는 지난 9일 인텔을 상대로 한 소송사이트를 열고 참여 희망자를 받기 시작했다.

담우 측은 “인텔은 멜트다운 결함을 숨겨 인텔 CPU 사용자로 하여금 심각한 컴퓨터 성능 저하, 상시적인 해킹 위험에의 노출, 지속적인 패치의 필요성 등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가져왔다”며 “해외 로펌과 연계해 단체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미지기자 miji469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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