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80117.010230759000001

영남일보TV

[문화산책] 어메니티의 보전

2018-01-17
[문화산책] 어메니티의 보전
서종효<청년농부>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많다. 그야말로 지옥철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빌딩 숲 속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하늘이 보이지 않고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순간 나의 눈과 코와 피부가 도시화되어 감각을 잃어간다. 나의 감각을 되살려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차에 시동을 걸어 주말농장이 있는 농촌마을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상쾌한 공기가 내 코를 통해 들어오고, 논의 푸른 벼들이 눈을 통해 들어온다. “이야, 공기 좋다.” 자연스럽게 이 말이 입에서 나온다. 몸의 감각들이 다시 살아난다.

오감에서 느끼는 그 쾌적함을 어메니티(amenity)라고 한다. 어메니티는 ‘쾌적하고 기쁜’을 나타내는 라틴어 ‘아모에니타스(amoenitas)’ 또는 ‘사랑하다’는 의미의 ‘아마레(ama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기분에 적합한 것, 쾌적하고 즐거운 것, 교양 있는 사랑스러움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90년대 이후 서유럽을 중심으로 농촌 어메니티 운동이 농업정책에 크게 영향을 주면서 농촌의 발전계획에 이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농업정책에서 ‘어메니티’란 역사성을 가진 농촌 특유의 풍경과 전원 분위기, 역사적 기념물, 지방 고유의 축제와 전통, 토속음식, 야생의 동식물 등의 자원을 이르는 말로 확대되었다. 요즘은 이런 어메니티 자원을 이용한 농업의 6차산업화가 시도되고 있다. 농가민박을 하면서 느끼는 농촌에서의 힐링, 지역농산물 축제를 통한 먹거리 소비 등이 그것이다.

이런 어메니티는 적게는 수십년 많게는 수백년에 걸쳐 내려온 우리 고유의 유산이며 자원이기 때문에 한번 잃어버리면 그것을 복원하기가 힘들다. 지방소멸까지 거론되는 요즘 어메니티를 많이 잃어가고 있다. 사회 저변에 깔린 농업홀대, 농촌소홀로 인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 올해 개헌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농업·농촌 공익적가치 헌법반영’을 위해 많은 민간단체가 움직이고 있다. 벌써 1천만 명 이상이 서명을 했다. 농업의 가치에는 농산물 생산이라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도 식량안보, 환경 및 경관보전, 수자원 함양 및 홍수 방지, 생태계 보전,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개헌을 통해 농촌 어메니티는 우리가 후대에 고스란히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고 역사적 가치로서 제대로 보전하고 가꾸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근교 농촌으로 마실을 나가보자. 서종효<청년농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