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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반도의 레일바이크 운전자들

2018-01-29

한반도의 실제 운전자는
시진핑의 중국 정부
南北美 누가 운전대 앉든
일대일로 철길 이탈 불가
중요한 건 실속 챙기는 것

[아침을 열며] 한반도의 레일바이크  운전자들
이정태 (경북대 교수)

미국의 유력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최근 한반도 정세를 풍자한 글을 실었다. ‘운전석에는 김정은, 조수석에는 문재인 대통령, 뒷좌석에 트럼프가 앉아 있다’는 내용이다. 문재인정부가 주창한 운전자론을 노골적으로 비꼰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김정은이라는 것과 남북한이 아무리 버둥거려도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실제 미국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남북한의 교류를 남북한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괘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최근까지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과 미사일도발을 감행했고 핵 보유국임을 선포하고는 미국 본토도 공격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이런 김정은 체제를 한국정부가 주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입장에서 배은망덕한 배신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시키고, 6·25전쟁에서 구해 지금까지 지켜주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오늘날의 대한민국으로 성장시킨 것은 모두 미국 덕분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신의 허락 없이 평창올림픽에 한반도기가 나부끼게 된 상황을 미국이 정한 금기를 어긴 항명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남북한이 함께하는 올림픽과 공연을 지켜보면서도 군사 공격이라는 극단의 응징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항공모함 3개 전단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고, 괌 기지에 초음속 전폭기인 B-1B를 배치해 수시로 출동시키는 등 전략 무기들을 준비한 것도 같은 이유다. 워싱턴 포스트의 ‘한반도운전론’은 미국이 발하는 일종의 경고다. 국제사회의 한반도 관전 포인트도 트럼프 정부가 한반도에 불벼락을 내릴지 여부다.

더 큰 문제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반도의 실제 운전자는 시진핑 중국 정부다. 남북한과 미국이 동승한 차량은 결국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철길 위를 달리는 레일바이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누가 운전대에 앉든 철길 위의 바이크는 궤도를 벗어날 수 없다. 시진핑의 중국이 준비한 일대일로는 육로와 해로로 구성된 인프라의 망을 구축하는 사업인데 동남아시아와 유라시아를 관통하고 아프리카로 뻗어나간다는 구상이다. 일대일로 사업에는 각종 사업과 이권들이 산재해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 발족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일대일로의 연선(沿線)국가들의 교역총액이 수십, 수백 배로 늘어난 경우도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방해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미국 변수도 해결되었다. 일대일로가 만들어내는 달콤한 유혹을 사업가 출신 트럼프가 뿌리칠 리 없다. 지난해 4월 시진핑이 트럼프의 마라라고 별장을 찾았고 양자는 의미 있는 거래를 시도했다. ‘수천 년 동안 한반도는 중국에 속해 있었다’는 시진핑의 속삭임에 트럼프는 북한 관리를 중국에 맡긴다고 답했다. 이후 트럼프는 중국 제19기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항모 3개 전단을 중국 연안에 배치해 위기를 조장했다. 덕분에 시진핑은 기존 군부와 도전세력을 정리하고 재집권에 성공했고,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자금성 전체를 비우고 트럼프를 환대했다.

남은 건 여전히 레일바이크를 운전해야 하는 남북한이다. 당분간 트럼프를 태우고 시진핑이 구상한 일대일로를 달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명심할 것은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든 평양올림픽이 되든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아베가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온다고 한 것과 시진핑이 폐막식에 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2020년과 2022년의 자국이익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보지만 백성은 먹을 것(食)을 하늘로 본다는 옛말을 되새길 때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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